'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22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통상적 경영활동이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22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삼성 관계자들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 준비기일은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듣고 향후 공판의 쟁점 사항을 정리해 재판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절차다. 피고인은 법정에 나와야 할 의무는 없다. 이 부회장 등도 이날 출석하지 않고 사건을 맡은 검사 10명과 변호인단 17명이 출석했다.
이날 공판준비 기일에서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범죄라는 검찰 시각에 동의할 수 없고 공소사실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의 변호인들도 "합병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따른 것"이라며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삼성 미래전략실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계획했다고 보고 있다.
향후 재판 일정을 짜는 과정에서도 검찰과 변호인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증거기록만 368권, 약 19만 페이지에 달한다"라며 "기록 검토에 상당한 시간이 걸려 다음 재판까지 최소 3개월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수사기록이 방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변호인들이 그동안 장기간 피고인 측을 변호해오며 기록 확인이 많이 돼있다"며 신속한 재판 진행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변호인들에게 어려움이 있을 줄 안다"면서도 내년 1월 14일 다음 공판 준비기일을 열고, 공소사실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진술을 듣기로 했다. 이후 재판부는 정식 공판을 열어 사건을 본격적으로 심리할 예정이다.
[김승한 기자 winone@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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