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코로나19 여파에도 컨센서스를 상회한 호실적을 냈다. 타 사업부문이 주춤하는 사이 삼성은 반도체, LG는 생활가전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최악의 성적을 거둘 거란 당초 예상을 뒤집은 '어닝서프라이즈'다.
30일 삼성전자는 2020년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 52조9661억원, 영업이익 8조146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3.5%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체 매출은 전년보다 줄었지만 예상대로 반도체 영업이익이 작년 수준을 뛰어넘었고, 당초 우려했던 모바일과 생활가전도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2018년 4분기 이후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전자 측은 데이터센터와 PC 중심의 견조한 수요로 메모리 매출은 증가했지만,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스마트폰 등 세트 제품 판매가 감소하면서 전체 매출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수익성 개선, 디스플레이의 일회성 수익과 생활가전 성수기 효과 등으로 영업이익은 올랐다고 덧붙였다.
영업이익률 역시 15.4%로 큰 폭으로 개선됐다.
이날 LG전자도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 12조8338억원, 영업이익 495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9%, 24.1% 감소했다.
전년 대비 실적이 크게 떨어지긴 했으나 이는 증권사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는 호실적이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당초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4058억원을 전망했는데 이와 비교하면 17.7%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5월 이후부터 코로나로 폐쇄됐던 글로벌 유통망이 다시 문을 열고, 각국의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는 등 소비심리가 일부 회복되면서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LG전자 '실적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생활가전이 큰 버팀목이 됐다.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2분기 매출 5조1551억원, 영업이익 6280억원을 달성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외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줄었지만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고 원가 절감과 같은 비용 효율화를 지속해 2분기와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각각 역대 최대인 12.2%, 13.1%를 기록했다.
더불어 건강과 위생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신가전 가운데 스타일러,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스팀가전이 본부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생활가전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미국 월풀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 밖에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매출 2조 2567억 원, 영업이익 1128억원을 기록하며 무난한 성적을 냈고, 모바일 사업의 MC사업본부는 적자폭이 전년 대비 1000억원가량 줄었다.
다만 이같은 '깜짝실적'에도 축포를 터뜨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3분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선 나오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업계 경쟁도 심화되면서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경우, 상반기 쌓인 재고 때문에 하반기에 메모리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와 실적 호황이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
2분기 흑자전환한 DP 부문 역시 일회성 이익 반영 덕이었기 때문에 3분기부터는 다시 안심할 수 없다.
LG전자도 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하며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생활가전 시장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선도적인 위치를 굳히고, TV와 스마트폰 등 타 부문도 시장 상황에 맞춰 운영 효율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인도에서 인도·중국 간 갈등 여파로 중국산 제품 불매 운동이 일어나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 판매가 반사이익을 올리고 있는데, 하반기에 이 효과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승한 기자 winone@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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