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기반으로 한 '실감경제'(Extended Reality·XR)가 본격화할 기회를 맞이했다. 전 세계 스마트글라스 시장이 요동치고 삼성·LG·구글 등 테크 기업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 뉴딜을 표방한 한국 정부도 서두르는 모양새다.
28일 IT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올 3분기 중 AR글라스 '엔리얼 라이트'를 출시한다. 가격은 499달러, 무게는 88g으로 대중화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이다. 국내 스타트업 레티널은 기존 제품보다 4배 가볍고 어지럼증을 줄인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2년 안에 500~600달러대 글라스 제품으로 대량 양산하는 게 목표다.
2012년부터 글라스 시장에 뛰어든 구글이 지난 달 스마트안경 제조사 '노스'를 인수해 전열을 가다듬었고, 애플은 2022년 글라스 출시를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꾸준히 관련 특허를 출원 중이고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 육군 훈련용으로 10만개를 납품한 마이크로소프트(MS) 홀로렌즈와 페이스북이 개발중인 AR 글라스 '오리온'도 VR·AR 시장을 노리고 있다.
우운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500달러 수준의 스마트 글라스가 연내 출시되고 심지어 '100달러대로 상용화하겠다'는 중국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면서 "초기 시행착오를 딛고 글라스가 대중적으로 보급되면 다양한 플랫폼이 창출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엄청나게 쏟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2~3년 안에 '1가구 1글라스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기업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에 따르면 VR·AR 기반의 글로벌 실감경제 시장은 2030년 1조5000억달러(약 1800조원)에 달하고 2336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정세균 총리와의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VR·AR처럼 새로운 분야의 규제는 원칙적으로 네거티브 방식으로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내주 중 VR·AR 관련 규제혁신 로드맵을 내놓고 디지털 뉴딜의 고삐를 조일 방침이다.
[신찬옥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