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는 능력도 부족하면서 뭐든지 자기가 해결하려 한다"
10일 변양호 VIG 파트너스 고문(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안민정책포럼 강연에서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기업 활동을 제약하고 복지 기능까지 약화시킨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자리 창출과 산업육성은 정부가 아닌 민간이 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가 정책 방향을 거꾸로 잡고 있다는 주장이다.
변 고문은 먼저 국내 기업의 고용 유연성 부족을 지적했다. 소주성 정책이 고용 경직성을 더 악화시키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 해고가 어려우면 고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변 고문은 "기업주가 기계를 사는 것보다 고용을 늘리는 게 낫다고 생각하게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에 관련해서도 변 고문은 "임금은 금리처럼 생산비용"이라며 "IMF 위기 당시 중소기업들이 높은 금리에 버티지 못하고 도산한 것처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기업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기업정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대기업이 한국경제에 막대한 순기능을 하지만 반기업 정서로 불합리한 규제가 잇달은다는 지적이다. 변 고문은 반기업 정서의 원인으로 대주주의 독주와 가족중심경영을 꼽았다. 변 고문은 "대주주의 지분을 상속, 증여할 수 있지만 경영권 승계는 적절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투명한 CEO 선임 절차를 도입하고 대주주 가족도 공정한 경쟁을 통해 채용과 승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변 고문은 "그 동안 상호출자제한 등 핵심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주변 규제만 강화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로 대주주 가족중심경영을 감시하고 대신 상속세율을 OECD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규제 개혁의 방법으로 변 고문은 스웨덴 등 2~3개 규제 선진국을 기준국가로 정한 뒤 해당 국가에서 허용되는 모든 비지니스를 허용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 개선 노력이 있을 때마다 기득권층의 반발과 위험을 회피하는 관료들의 보신주의, 시민단체의 과도한 요구가 발목을 잡아왔기 때문이다. 변 고문은 "기준 국가를 정하고 그 나라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할 경우 책임 추궁의 여지도 없고 이해 당사자들의 추가 요구도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감사원에 규제 개선에 소극적인 공무원을 감사하는 역할을 부여하고 노조 관련 사항도 기준 국가 수준으로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회안전망 구축과 관련해 변 고문은 약자 지원은 민주국가의 의무라고 강조하면서도 기본소득 등 보편적 복지제도는 약자 지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모든 국민을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것보다 어려운 사람을 두배, 세배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논리다. 변 고문은 부의소득세 도입과 전국민 종합과세 개편으로 전 국민이 언제나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시행 중인 근로장려세제에 대해선 "근로를 전제로 한 지원이라, 노력해도 일자리를 얻을 수 없는 현 시대엔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기본소득 수급자격 논의에서 근로 여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근로와 급여의 연계성을 단절한 기본소득이 시민사회의 건전성을 해친다'는 9일 한국경제학회의 설문 문항에 경제학자들의 44%는 동의, 37%는 부동의로 응답했다. 부동의 의견을 표명한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노동 형태의 근로만이 급여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현대 경제와 걸맞지 않는 매우 협소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동의 의견을 나타낸 홍인기 대구대 교수는 "상당한 비중의 시민은 근로와 급여의 연계성이 약화되는 경우, 근로의욕의 저하와 태업에 빠진다"며 "이는 인간의 근본적인 나태와 능력에 기인한 문제"라고 밝혔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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