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계가 의약품당국의 판단에 따르지 않고 이의를 제기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기업에 타격을 주는 결정에 대해 반발하는 것이지만, 최근 당국이 내놓은 결정을 이해당사자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면서 당국에 대한 신뢰가 저하된 탓도 크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치매치료제 콜린알포세레이트를 허가받은 66개 제약사는 이 의약품의 선별급여 적용을 결정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급여 적정성 재평가를 요구했다.
앞서 심평원은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급여 적정성을 다시 평가해 치매 이외의 적응증에 대해 자기부담률을 80%로 올리는 선별급여를 결정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치매의 전 단계로 인식되는 경도인지장애에도 많이 처방되고 있어 환자의 약값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환자 부담이 늘어나는 선별급여화에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급여적정성이 인정된 치매까지 포함한 모든 적응증에 대해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임상 재평가를 하라고 공고하면서 제약업계의 부담도 가중됐다.
이 같은 당국의 결정에 대해 대한신경외과 병원협의회, 대한뇌혈관외과학회,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대한노인신경외과학회 등 5개 의사 단체는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선별급여 결정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지난 3일 내놓기도 했다.
또 지난 6일 열린 콜린알포세레이트 품목을 보유한 제약사들의 대책회의에 참석한 법무법인 3곳은 선별급여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하며, 승산이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식약처도 이미 코오롱생명과학, 메디톡스 등과 의약품 품목허가 취소 결정에 대한 소송전을 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의약품의 성분 중 하나가 허가 서류에 기재된 것과 다른 점이 뒤늦게 드러난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에 대해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취소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인보사의 성분 뒤바뀜 이슈로 인해 미국 임상 3상을 정지시켰지만, 의약품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해 조사한 뒤 최근 임상 3상을 재개를 허가했다. 이에 식약처가 너무 성급하게 국산 신약의 품목허가를 취소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품목허가가 취소된 보툴리눔톡신 제제(일명 보톡스) 메디톡신 50·100·150단위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이후에도 비슷한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식약처는 메디톡스가 과거 무허가 원액을 사용해 제품을 제조했다는 등의 검찰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메디톡신 3개 품목에 대한 품목허가를 취소했고, 메디톡스는 이에 불복해 식약처 처분을 중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과 함께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특히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의 균주 도용 의혹 관련 소송 예비판결과 메디톡신 3개 품목의 품목허가 취소 결정 과정이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면서 식약처는 ITC 결과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를 앞두고 메디톡스의 의견을 듣는 청문절차를 이례적으로 두 차례 진행하면서 식약처가 최종 결정을 내릴 시기가 당초 미 ITC가 예비판결을 내놓기로 했던 지난달 5일(현지시간) 이후로 미뤄지면서다. 이후 ITC의 예비판결이 한 달 미뤄졌고, 식약처는 ITC 예비판결이 나오기 전인 지난달 18일(한국시간) 메디톡신 3개 품목에 대해 품목허가 취소 결정을 내렸다.
미 ITC는 지난 6일(현지시간)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의 미국 수입을 10년동안 금지하라는 예비판결을 통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한경우 기자 case1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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