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종이 올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에 오히려 수혜를 받으며 주요 업종 중 가장 많이 올랐다.
감염병 확산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시킨 수혜에 더해 치료제·백신 개발 모멘텀도 힘을 보탰다. 또 대규모 기술수출 성과 등 본업에서도 호조를 이어갔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의약품지수는 이날 1만7282.53으로 마감돼 작년 말 종가 1만1031.00 대비 56.67% 상승했다.
우선 바이오업종의 쌍두마차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작년 종가와 비교해 이날까지 각각 82.53%와 70.44%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들어서만 1조7000억원어치 넘는 의약품 위탁 생산·개발(CDMO) 일감을 확보하며 올해 들어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이 됐다. 한때 코스피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와의 시가총액 차이를 8조원대까지 줄이며 시총 2위 자리를 넘보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만 1조7000억원어치 넘는 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 일감을 수주한 덕이다. 작년 매출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 피하주사(SC) 제형의 인플릭시맙 램시마SC에 대한 기대와 코로나19 중화항체 개발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밀어 올렸다. 특히 유럽에서 시판승인을 받은 램시마SC는 기존 정맥주사(IV) 제형의 램시마와 함께 시너지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자가면역질환 환자가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는 IV 제형을 투약하며 의료진의 관리를 받다가, 익숙해진 뒤에는 자가주가사 가능한 SC 제형으로 바꿔 처방할 수 있어서다. 또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서 분리한 항체로 개발 중인 치료제 후보물질은 이달부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기존 의약품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는 '약물 재창출'에 나선 중위권 제약사들의 주가 흐름도 좋았다.
항암신약 슈펙트(라도티닙)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일양약품은 이날 6만3700원으로 마감돼 작년 말 2만2250원 대비 182.48% 상승했다. 특히 지난달 28일 러시아 1위 제약사 알팜이 현지 정부로부터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슈펙트의 임상 3상을 승인받으면서 주목받았고, 지난달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부각되자 주가가 크게 올랐다.
항바이러스제 레보비르(클레부딘)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부광약품의 주가도 올해 들어 131.70% 올라 이날 3만3250원으로 마감됐다. 레보비르는 국내 업계의 의약품 중 가장 먼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대상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코스닥에서는 진단키트업종이 돋보였다.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의 성공 모델로 꼽힌 덕이다. 다양한 질병의 원인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멀티플렉스 유전자 증폭 시약과 분석 소프트웨어에 대한 원천 기술을 보유한 씨젠은 연초 이후 주가가 269.66% 상승했다. 수젠텍(347.08%)과 랩지노믹스(410.85%) 등도 진단키트 기대감으로 크게 올랐다.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알테오젠이 연초 이후 주목받았다. IV 제형을 SC 제형으로 바꾸는 플랫폼 기술을 작년 총액 1조5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데 이어 올해도 4조7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하반기에도 바이오업종을 중심으로 주가 흐름이 양호할 것으로 전망됐다. 코로나19 재유행 우려가 부각되면서 치료제·백신 개발 모멘텀이 유지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대형 바이오기업의 실적 호조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 업종에 대한 관심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상장한 SK바이오팜은 공모가의 200%인 9만8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직후 상한가로 직행해 공모가 4만9000원과 비교하면 하루만에 15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김태희 미래에셋대우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해제 여부와 임상 스케줄의 지연 등을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임상시험 및 기술이전의 지연은 불가피하다"며 "이미 (일부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에 대한) 신규 환자 모집 중지, 연기, 계획 수정 등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공매도 금지는 연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공매도 거래를 재개하더라도 바로 하지 않고 제도 개선과 함께 환원하고, 시장과 소통을 통해 연장이 필요할지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오는 9월 15일까지 한시적으로 공매도가 금지된 상태다.
[한경우 기자 case1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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