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치료제 개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가 가장 빠른 진척도를 보이는 가운데, 완치자의 혈액을 활용한 혈장치료제와 중화항체를 개발 중인 기업들도 일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코로나19 환자 61명을 대상으로 10일 동안 렘데시비르를 매일 정맥투여한 뒤 결과 분석이 가능한 53명 중 25명(47%)의 환자가 완치됐다는 첫 번째 임상 3상 결과를 지난 10일(미국시간) 공개했다. 완치지를 포함해 36명(68%)이 증세가 호전됐다. 다만 8명(15%)의 환자는 오히려 증상이 악화됐으며, 7명(13%)는 사망했다.
렘데시비르의 임상 결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모인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렘데시비르 임상은 대조군 부재, 항바이러스 효능 결과 부재, 소규모 임상 등의 한계로 약효에 대한 결론 도출은 어렵다"면서도 "투약 환자들의 임상적 개선은 긍정적이며 최근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생산 확대 계획 발표를 감안했을 때 상용화 기대감은유효하다"고 말했다.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첫 번째 임상 3상 연구 결과가 학술지에 게재되기 하루 전인 지난 9일(현지시간) 렘데시비르 효능을 입증하기 위한 대규모 임상 3상 2건의 디자인을 수정해 피험자 규모를 대폭 늘렸다. 결과는 다음달 말께 도출될 예정이다.
항바이러스제 출시까지는 시간이 소요되기에 시장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이 짧은 혈장치료에 쏠리고 있다. 혈장치료는 완치자의 혈액에서 면역 세포가 들어 있는 혈장을 분리해 치료해야 할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법으로 코로나19를 치료한다.
이미 국내에서도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받던 고령의 코로나19 환자가 혈장 치료를 통해 완치됐다는 연구 결과가 학술지에 실리기도 했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GC녹십자가 혈장치료제 개발에 나서 상반기 안에 임상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혈장치료의 경우 범용성이 약점이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한번 치료에 완치자의 혈액 6~7ℓ가 필요하다"며 "1회 헌혈로 얻을 수 있는 혈액은 약 320~400㎖"라고 설명했다.
혈장 치료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대량 생산이 가능한 방법이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중화항체다. 완치자의 혈액에 포함된 면역세포들 중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 결합해 증식을 막는 성능이 우수한 일부 항체를 분리해 대량생산하는 방법이다.
셀트리온은 이날 코로나19 중화항체 최종 후보군으로 38개의 항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을 확보해 중화항체 개발에 나선 셀트리온은 모두 세 차례의 중화 능력 검증을 거쳐 최종 항체군을 선별했다.
향후 셀트리온은 항체 후보군을 대상으로 세포주 개발 단계로 돌입한다. 세포주 개발이 완료되면 인체임상물질 대량생산에 착수하는 동시에 질본에서 실험쥐 대상 효력시험 및 영장류 대상 독성시험을 병행 실시해 개발 기간을 최대한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셀트리온과 같은 개념으로 코로나19 중화항체를 개발하고 있는 미국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로부터 해당 항체를 위탁생산 해주기로 하는 투자확약서(LOI)를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약 4400억원으로,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가 중화항체 개발에 실패해도 대금을 받는 옵션이 포함됐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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