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판매를 둘러싼 브랜드 가맹점과 본사간 갈등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유통 질서를 파괴하는 최저가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본사 측은 점점 더 영향력이 커지는 오픈마켓에서 이탈할 수 없어 입장차를 좁히지 못 하고 있다.
전국이니스프리가맹점주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9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첫 번째 릴레이 집회를 열고 ▲쿠팡 납품 중단 ▲판촉행사 시 가맹점과 사전협의 ▲폐점 시 위약금 한시적 철폐 등을 촉구했다. 전혁구 비대위원장은 "폐업 위기에 처한 상태로 사상 최악의 할인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지난 6개월간 본사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본사는 무분별한 할인을 자제하고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이니스프리 본사는 가맹점보다 싼 가격으로 쿠팡에 물건을 납품하고, 쿠팡은 덤핑수준의 최저가로 온라인에서 제품을 판매한다. 실제 지난달 29일 기준 매장에서 정가 정책에 따라 2만원에 판매하는 '그린트 씨드 에센스'는 쿠팡에서 반값인 1만460원에 판매되고 있다. 또 매장에서 2만2000원인 '비자 시카밤'의 쿠팡 할인율은 정가의 47%에 달한다.
정명숙 전국이니스프리가맹점주협의회장은 "쿠팡은 이니스프리 본사로부터 물건을 직매입하기 때문에 타 온라인쇼핑몰과 달리 가맹점주 측이 할인율에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구조"라며 "납품 중단을 통해 이를 바로 잡아달라는 게 가맹점주들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전국 이니스프리가맹점주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9일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제공 = 신미진 기자]
11번가와 G마켓, 위메프 등에 대해서는 할인율을 동일하게 맞춰달라고 요구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지난달 1+1 행사로 매장에서 6만7500원에 판매하는 '꼼꼼카라'외 인기제품은 위메프에서 34% 추가할인이 들어간 4만4500원에 본사가 직접 판매하고 있었다. 협의회 관계자는 "온라인 입점몰과 가맹점에서 '동일가격 동일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약속을 준수하라"고 말했다.이밖에 비대위 측은 현재 6대4로 책정돼있는 할인분담율을 5대5로 조정하고, 매출 및 수익 저하로 인한 폐점 시 인테리어 위약금을 한시적으로 철폐해 줄 것 등을 요구했다.
반면 이니스프리 본사 측은 난감한 표정이다. 이미 온라인을 넘어 '유통 공룡'으로 자리잡은 쿠팡에 입점하지 않을 시 판매량 감소에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이니스프리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10% 내외 수준으로 알려졌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쿠팡의 올해 상반기 거래액은 7조84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올해 거래액은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현대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지난 7월부터 쿠팡에 입점해 물건을 직접 판매하고 있다. 이는 쿠팡뿐 아니라 온라인쇼핑몰의 위력이 오프라인 매장을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마진을 남기지 않는 최저가 정책으로 본사를 넘어 가맹점까지 피해가 넘어가는 수순"이라며 "이니스프리 본사 역시 쿠팡이 요구하는 납품가를 거절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가맹점과의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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