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브랜드'를 고수하던 화장품 로드숍들이 연이어 멀티숍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부진에 생존 방식을 바꾼 것이다. 아리따움·더페이스샵·미샤 등 1세대 화장품 브랜드들의 행보가 빨라지면서 올리브영과 랄라블라 등 기존 멀티스토어들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편집숍 '아리따움 라이브'는 지난달 기준 100호점을 돌파했다. 아리따움 라이브는 기존 '아리따움'에 체험형 콘텐츠를 추가해 리뉴얼한 브랜드다. 지난해 9월 강남점을 시작으로 아리따움 브랜드에서 전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리따움 라이브의 특징은 기존 아이오페와 라네즈, 마몽드, 한율 등 외에도 메디힐과 파머시, 듀이트리, 스틸라, 파파레서피, LA MUSE 22 조성아 등 외부 브랜드들이 입점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뿐 아니라 타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을 유입시킬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아리따움 라이브 전환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리따움의 매장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300여개로, 이는 헬스앤뷰티(H&B)스토어 업계 1위 올리브영(1100여개)보다 많은 규모다.
눙크 이화여대점. [사진 제공=에이블씨엔씨]
LG생활건강도 더페이스샵을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6년 론칭된 뷰티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의 지난해 말 기준 매장 수는 369개다. 같은해 4월(175개)과 비교하면 약 7개월 만에 두 배가량 증가했다. 네이처컬렉션에는 기존 브랜드 더페이스샵뿐 아니라 CNP차앤박, 비욘드, 바이올렛드림 등 LG생활건강의 브랜드들이 입점해있다.최근에는 미샤도 멀티숍 전환 경쟁에 가세했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멀티숍 '눙크(NUNC)'를 론칭하고 지난 13일 서울 이화여대 앞에 첫 매장을 열었다. 눙크에는 미샤와 어퓨, 부르조아, 스틸라 등 에이블씨엔씨 관계 브랜드 외에도 시세이도, 하다라보 등 150여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오는 21일에는 눙크 홍대점을 그랜드 오픈할 예정이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미샤는 브랜드로서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에이블씨엔씨가 가지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 중 가장 많은 곳이 미샤기 때문에 눙크로 전환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는 7월까지 눙크의 목표 매장 수는 전국 20여개다.
로드숍 화장품들의 멀티숍 전환이 빨라지면서 '1강 2중 1약'인 H&B 시장점유율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H&B 시장은 1위 올리브영의 뒤를 랄라블라(159개)와 롭스(127개), 부츠(34개)가 잇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글로벌 최대 편집숍 세포라가 국내에 상륙한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초저가 공세를 퍼붓는 온라인을 대항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은 질과 양을 내세운 멀티숍이라는 걸 자각한 셈"이라며 "로드숍에서 전환한 멀티숍 매장 수가 점점 더 늘어날수록 온라인 인기 브랜드들의 입점 타진이 이어져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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