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별도의 광원 없이 주변의 빛을 반사시켜 다양한 색상을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자연계에 없는 특성을 내는 메타물질을 활용한 것으로, 눈 피로감 없이 선명한 전자책 등 디스플레이는 물론 태양전지, 적외선 센서, 스텔스 등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이전보다 선명하고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메타물질 완전흡수체'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메타물질은 자연에 있는 물질 구조나 배열 형태를 바꾼 인공 소재다. 연구 결과는 올해 2월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ACS)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인터페이스'에 게재됐다.
기존 메타물질 완전흡수체는 가시광선 파장 영역 중 좁은 대역의 빛만 흡수, 반사할 수 있었다. 때문에 선명한 색상을 구현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완전흡수체의 맨 위층을 이뤘던 금속을 나노 결정 메타물질 소재로 대체해 흡수 대역폭을 늘려 색 재현율을 높이고 원하는 색상을 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금속 기반 흡수체의 경우 흡수 대역폭이 28㎚ 수준이지만, 나노결정 기반 흡수체는 흡수 대역폭이 최대 300㎚까지 늘었다.
메타물질 완전흡수체의 두께를 달리하면 원하는 다양한 색을 구현할 수 있다. 이렇게 대역폭을 넓히고 두께의 변화를 통해 색을 표현한 결과 색 재현율은 33.8%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용액 공정을 사용하기 때문에 낮은 공정 비용으로 쉽게 대면적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직사광선에서는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LCD 디스플레이나 옥외 스크린, 전자책 등 반사형 디스플레이 성능을 개선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홍성훈 ETRI ICT소재연구그룹 박사는 "저전력으로 고화질의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로 향후 기술을 고도화해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고해상도 픽셀 구현이 가능한 만큼 지폐 위·변조 방지, 브랜드 보호, 홀로그램, 다색 태양전지 등에도 응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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