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그룹사 중에서 처음으로 롯데그룹이 상생결제를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2015년 제도 도입 후 활성화되지 못했던 이 제도가 재계에 확산될 지 주목된다.
롯데는 27일 서울 구로구 소재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과 기업 간 대금결제 환경 개선을 위한 상생결제 도입·확산 협약식을 가졌다. 롯데는 올해 말까지 일부 특수 법인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에 상생결제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상생결제는 대기업이 상환청구권이 없는 채권을 발행하고, 조기 현금화를 원하는 1차 이하 모든 협력사들이 대기업 수준의 낮은 할인율로 납품대금을 조기에 현금화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대기업이 이 제도를 도입하면 1차 협력사들의 협조가 법적으로 강제화되기에 앞서 롯데가 그룹 차원에서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현재 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은 상환청구권 때문에 어음과 유사하게 구매기업이 도산할 경우 납품기업이 구매기업 대신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위험을 가지고 있었는데 상생결제제도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해서 납품대금 미회수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낮은 할인율 덕분에 1차 뿐 아니라 2,3차로 내려가는 협력사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커지는 구조다.
롯데는 전 계열사의 기존 대금결제 중 현금결제를 제외한 신용결제 부분을 100% 상생결제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 7월 관련 계열사와 협의도 마쳤다. 이같이 상생결제를 개별 기업이 아닌 그룹 차원에서 전 계열사에 도입하는 것은 롯데가 국내 최초다.
오성엽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실 부사장은 "롯데는 이번 상생결제 도입이 2차 이하 협력사들에게도 확산돼 현금유동성과 대금지급 안정성 확보에 실질적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롯데는 협력사들을 위한 대금지급 선진화와 동반성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형호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은 "협력재단은 오는 9월 21일부터 시행되는 상생결제 의무화에 앞서 대기업의 상생결제 도입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며 "협력사의 대금결제 환경 개선을 위해 상생결제를 전 계열사에 도입하고자 하는 롯데의 적극적인 행보가 다른 기업들에게 좋은 선례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롯데는 중소 파트너사 상생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상생펀드를 7520억원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롯데 상생펀드는 롯데 출연금의 이자를 활용해 파트너사 대출 이자를 자동 감면 해주는 상생 프로그램으로, 720여 개 파트너사가 자금을 운영 중이다. 상생펀드는 롯데백화점,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롯데홈쇼핑, 롯데제과 등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이 추천을 받아 은행 대출시 기준금리에서 업계 최대 수준인 1.1~1.3%포인트의 대출금리 자동우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2010년 기업은행과의 협력으로 최초 조성돼 운영 중인 롯데 상생펀드는 제휴 은행을 확대해 파트너사들의 선택권을 보다 넓힐 계획이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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