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가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을 한국전력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다른 잠재적 구매자와도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자력업계에서는 도시바가 한전 외에는 별다른 선택이 없는 상황에서 빠른 협상 타결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A)에 따르면 도시바는 "한전이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자인 누젠 인수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더는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한전과의 협상이 계속 되고 있지만 다른 잠재적 구매자와도 협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자료를 내고 "최근 협상이 지연됐던 것은 최근 영국 정부가 신규 원전 사업에 대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협상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는 신규 원전 사업에 기존 발전차액정산제도(CfD) 방식이 아닌 새로운 RAB(정부 규제기관이 안정적 수익률을 보장하고, 정부 지원 등으로 재원 조달을 가능하게 하는 사업모델) 모델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도시바는 한전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와도 협상 기회를 갖기 위해 지난 25일 한전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해지를 통보했지만 한전이 새로운 사업방식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한 상황임을 공감하고, 한전을 최우선으로 해 협상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과 협상팀은 30일(현지시간) 런던에서 BEIS와 조인트 워킹그룹을 개최하고 새로운 RAB 모델 도입에 따른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 도시바, 뉴젠이 공동 타당성 연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며 "또 영국 정부가 한전에 대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 준해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을 위한 한국과의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원자력업계에서는 도시바가 한전 외에는 별다른 선택이 없는 상황에서 빠른 협상 타결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원자력계 관계자는 "도시바는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뒤 막대한 손실을 내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라며 "누젠을 서둘러 팔아야 하는 입장이지만 사업 리스크가 워낙 커서 처음부터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무어사이드 원전 프로젝트는 잉글랜드 북서부 무어사이드 지역에 차세대 원전 3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는 21조원에 달한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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