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유일한 소원이에요. 저 걷고 싶어요(La hanya hasrat saya. Saya mahu bergerak saya)”
다리에 심각한 화상을 입어 걸을 수조차 없게 된 말레이시아의 5살 소녀, 젤리사. 젤리사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찬 바닥에 항상 앉아있거나 두 다리를 끌고 다니며 생활했다.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갈 것이라며 절망하던 소녀는 사회복지법인 한림화상재단(이사장 윤현숙)과 한림대 한강성심병원(병원장 전욱)의 배려로 한국에서 치료를 받게 됐다. 지난 5일 젤리사는 9시간의 긴 비행 뒤에 한국에 도착했다. 낯선 환경에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다시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했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의 작은 농촌마을에 사는 젤리사 모니카 짐은 지난해 5월 기름물이 끓고 있던 조리기구가 넘어지며 양쪽 다리와 얼굴에 3도 화상을 입었다. 특히 오른쪽 다리의 화상이 심각했다. 세 차례나 수술을 받았지만 현지 의료기술로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힘들었다. 결국 상태가 더욱 악화된 젤리사는 통증과 구축으로 인해 걸을 수조차 없게 됐다. 더욱이 8남매를 포함해 11명의 식구가 있는 젤리사의 가족은 한달 수입이 600링깃(한화 약 16만원) 정도로 생계유지만으로도 급급한 상황이었다.
지난달 말레이시아에서 무료 진료활동을 펼치던 사회복지법인 한림화상재단과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봉사단은 젤리사의 상태를 확인하고 국내로 초청해 수술을 해주기로 결정했다. 젤리사는 세계 최고의 화상치료 기술을 보유한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에서 손상된 피부를 복원시키기 위한 성형재건수술을 이달 안에 받을 예정이다. 이종욱 성형외과 진료부원장은 “힘줄을 늘리고 혈관조직을 떼어서 이어주는 고난도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수술 후에는 큰 불편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복지법인 한림화상재단과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은 많은 수술비 지원이 필요한 젤리사를 위해 모금활동을 펼치고 있다. 젤리사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들은 ‘사랑의 빛 공동체’ 대표 조하문 목사가 가장 먼저 기부를 했다. 조 목사는 지난 5일 오전 11시 한강성심병원 제5별관 화상병원학교에서 젤리사의 치료를 위한 1000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조하문 목사는 “화상으로 고통을 겪는 젤리사 사연을 듣고 안타까워 치료비 모금을 결정하게 됐다”며 “젤리사가 최고의 화상치료 기술을 보유한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치료를 받고 환하게 웃으며 뛰놀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전욱 병원장은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의 우수한 의료진과 화상치료 기술로 젤리사가 건강하게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은 국내외 저소득 화상환자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기 위해 사랑과 헌신의 의료를 실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림화상재단과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은 ‘한·아세안 화상의료진 역량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6월부터 라오스, 필리핀, 캄보디아에서 무료진료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무료진료를 통해 현지 의료기술로는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에게 희망을 선사할 뿐 아니라 현지 의료진들의 화상치료기술 향상에도 힘쓰며 아세안 국가들의 화상재난관리 및 응급체계를 강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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