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에게서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바이러스가 성인에게서도 치명적인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 록펠러대 등 공동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지카바이러스가 태아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뇌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결과는 18일 셀 스템 셀에 게재됐다.
지카바이러스는 태아에서 소두증, 성인에게 길랑바레 증후군(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급성 마비성 질환)을 유발한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었다.
태아에서 뇌손상이 발생하는 것은 지카바이러스가 신경계 전구세포를 집중 공격하기 때문이다. 신경계 전구세포는 뇌세포의 초기 단계로 최종적으로 신경세포인 ‘뉴런’으로 발달하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아의 경우 뇌가 발달 중이라 뇌의 거의 모든 부분에 신경계 전구세포가 분포한다. 사실상 뇌 전체가 지카바이러스의 공격에 취약해 뇌 발달이 저해되고 소두증으로 이어진다.
성인의 경우 뇌가 거의 다 발달한 상태라 태아만큼 신경계 전구세포가 많지는 않지만 전뇌(前腦)와 해마 부위에 신경계 전구세포가 남아있다. 해당 부위는 기억과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다 자란 어른 쥐에 지카바이러스를 감염시킨 뒤 뇌의 변화를 관찰했다. 며칠 뒤 연구팀은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쥐의 전뇌와 해마 부위의 세포 수 감소속도가 다른 뇌 부위에 비해 20배나 빨랐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이 쥐를 실험대상으로 삼은 것은 쥐의 뇌 속 신경계 전구세포 분포가 사람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의 일원인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 조셉 글리슨 박사는 “지카바이러스는 전뇌와 해마 부위의 신경세포를 사멸시켰고 해당 부위의 재생·회복도 더디게 만들었다”며 “연구결과를 볼 때 태아와 성인 모두 지카바이러스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실험이 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쥐 모델이 인간에게 적용되는지와 성인 뇌세포 손상이 장기적인 신경계 손상으로 이어지는지 등과 관련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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