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앞둔 23세 여성 김씨는 다이어트 기간 중 갑자기 흐릿하게 보이는 증상을 느껴 안과를 방문했다. 그녀는 검사결과 ‘급성 폐쇄각 녹내장’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복용하던 다이어트 약이 원인이었다. 다행히 김씨는 복용하던 다이어트 약을 끊고 안압 하강제 안약을 투여해 원래의 시력을 찾을 수 있었다.
갑자기 찾아온 여름으로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는 여성들이 ‘급성 폐쇄각 녹내장’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김민경 교수는 “예전에는 다이어트 약으로 인한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매우 드물었지만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제법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약물복용 전 급성 폐쇄각 녹내장 등의 부작용 발생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녹내장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개방각 녹내장’은 증상이 없어 발견이 어렵지만,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눈 안에서 순환하고 있는 방수가 빠져나가는 길이 갑자기 막히면서 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질환이다. 눈이 충혈되고 흐리게 보이며, 안압이 많이 올라가면 심한 두통과 구토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주로 어두운 저녁시간에 잘 생기기 때문에 새벽에 응급실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김민경 교수는 “안압이 높은 상태로 시간이 흐르면 동공을 움직이는 근육이 마비되거나 시신경 손상을 초래해 시력과 시야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며 “약물치료와 레이저, 수술 등의 치료를 받게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적절히 치료받더라도 어느 정도 후유증이 남는 무서운 병”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증상이 발생했을 때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행히 다이어트 약에 의해서 발생하는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잘 받으면 후유증없이 회복되는 경우도 많다.
다이어트 약에 의한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약에 의해 모양체와 맥락막에 부종이 생기고 전방각이 좁아져 안압이 오르게 되면서 발생한다. 김 교수는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는 젊은 층 여성들이 늘다 보니, 다이어트 약에 의한 급성 폐쇄각 녹내장이 발생하는 젊은 여성 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다이어트 약을 복용 중인 경우, 눈이 침침하고 흐리게 보이거나 머리가 아픈 증상이 있으면 최대한 빨리 안과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성 폐쇄각 녹내장의 치료는 우선 안압을 낮춰주는 약물치료를 시행하지만 약물치료만으로는 효과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아서 원인에 따라 레이저 또는 수술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