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분유 최저가 선언을 통해 이마트가 촉발한 유통채널 가격전쟁에 쿠팡도 추가 가격 인하로 맞서고 있다. 쿠팡은 대외적으로 “이마트의 가격경쟁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다른 서비스로 차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실제로는 이마트의 가격경쟁에 전면 대응하는 모양새다. .
24일 이마트·쿠팡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18일 이마트가 하기스 매직팬티(대형)을 장당 310원에 판매하기 시작하자 다음날인 19일 기존 가격(313원)을 이마트가격과 동일한 310원으로 소폭 내렸다. 쿠팡이 가격을 내리자 이마트는 23일 장당 307.6원으로 가격을 추가 인하했다. 같은날 이마트가 분유 최저가 선언을 하며 남양 임페리얼XO 3단계(3개들이 셋트)를 분유를 1통기준 기존 2만 1333원에서 1만 8200원으로 15% 할인해 판매하자 쿠팡도 기존 가격을 1통당 1만 8533원에서 1만8193원으로 추가 가격 조정했다.
이마트 측은 “매일 최저가 대응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쿠팡을 포함한)업계 가격을 지속적으로 조사해 다음주 목요일에 추가 인하 가격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질세라 쿠팡도 “이마트가 최저가 선언을 하기 전부터 늘 최저가 전략을 고수해왔기 때문에 사실 경쟁자가 하나 더 늘어난 것 뿐, 큰 변화는 없다”며 “이마트가 추가 가격 인하를 할 경우 앞으로도 계속 대응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두 회사는 각각 ‘최저가전쟁’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매출 측면에서 쿠팡보다 약 10배 이상 덩치가 크기 때문에 그만큼 구매력이 뛰어나다. 반면 쿠팡측은 “이커머스 회사는 인건비, 자릿세 등의 비용이 없기 때문에 오프라인 마트보다 가격구조가 더 좋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가격 경쟁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저귀 등의 생필품들은 사실상 마진률이 적어 추가 가격 인하가 계속되다 보면 양사 모두 역마진으로 인한 ‘출혈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쿠팡은 수천억의 누적 적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마트는 수익은 내고 있지만 업계 침체로 영업이익이 줄고 있다. 장기간 가격 전쟁이 지속된다면 깊은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쿠팡의 경우 시장 내에서 올해 안에 투자자들이 만족할 만한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신규 투자를 받지 못하게 되고 지금과 같은 역마진과 손실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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