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도 백화점 VIP고객은 비껴갔다.’
지난해 내수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등 일반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지만 수천만원 이상 구매라는 기준을 통과한 백화점 VIP고객들의 숫자와 구입규모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백화점 매출이 지난해 역신장한 상황에서 VIP고객들의 씀씀이는 오히려 커지면서 백화점들의 VIP고객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게 됐다.
지난달 31일 롯데, 현대, 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3개 백화점의 최고등급 VIP고객 현황을 집계한 결과 3사 모두 지난해 VIP 고객이 10% 이상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연간 6000만원 이상을 구매한 고객을 ‘MVG(Most Valuable Guest) 프레스트지’로 분류하는 데, 지난해 MVG고객이 10%나 늘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영업기밀이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를 밝힐 수 없지만 지난해 MVG 프레스트지 고객 숫자가 10% 증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집계된 현대백화점의 ‘쟈스민(연간 4000만원 이상 구매)’과 신세계백화점의 ‘퍼스트 프라임(연간 6000만원 이상 구매)’ 회원들의 숫자도 전년 대비 각각 12%, 14% 증가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계속 되고 백화점을 찾는 젊은 고객들은 줄어들고 있지만 자산을 충분히 보유한 장년층 중심의 백화점 VIP 고객들은 여전히 백화점에 대한 높은 충성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VIP 고객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이들의 씀씀이도 커졌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MVG 프레스티지’ 고객 매출은 2014년 대비 25% 신장했고, 현대백화점의 ‘쟈스민’ 고객들의 2015년 평균 매출도 전년 대비 24.7%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퍼스트프라임’ 고객들도 전년보다 23% 많은 금액을 썼다.
이처럼 백화점 VIP고객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이들의 소비액도 커지면서 VIP 고객들에 대한 백화점의 의존도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 백화점들의 매출은 지난해 역신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2015년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전년 대비 백화점 매출은 1.2% 감소했다. 백화점 매출의 전체 파이는 줄어드는데 VIP의 씀씀이는 늘어나면서 전체 매출에서 VIP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 중 상위 1% VIP고객의 상품 구입액은 한 해 백화점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한다. 상위 20% VIP 구입액은 매출의 80%나 된다.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VIP고객은 백화점에게 가장 든든한 버팀목인 셈이다.
이때문에 백화점들은 VIP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막대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복잡한 주차장을 이용하는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발렛 파킹 서비스와 커피 등 음료와 간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별도 라운지 서비스는 기본이다.
각 백화점별은 VIP 고객을 모으기 위해 보다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롯데백화점은 미국 뉴욕의 ‘메이시스(Macy’s)‘ 본점, , 홍콩 ’타임스퀘어(Times Square)‘ 등 해외 유명 백화점들과 제휴를 맺고 최상위 고객인 ’MVG 프레스티지‘ 고객들이 해외에서도 동일한 VIP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롯데 스카이힐 제주 골프장 이용시 20% 할인 등 혜택도 제공된다.
현대백화점은 ’쟈스민‘ 고객들에게 열차·버스를 이용한 테마여행을 무료로 제공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VIP케어 프로그램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문화재를 방문하고 지역 명소를 탐방한다”며 “교통편부터 식사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도 VIP 고객들을 위해 인천공항 출국장에 전용 라운지를 오픈해 음료와 다과는 물론 인터넷 및 프린트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또한 휴대폰 충전기나 멀티 어댑터 등 여행용품을 무료로 대여해주기도 한다.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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