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위 30~45도 지역 대부분이 폭설과 추위로 얼어붙었다.
전문가들은 북반구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불어닥친 한파의 원인을 제트기류의 변화에서 찾고 있다.
제트기류란 북반구 중고위도 지표면 11㎞ 인근에서 동쪽으로 1년 내내 빠르게 부는 바람을 말한다. 도넛형태 모양으로 지구 북반구 중고위도 지역을 감싸고 있다. 제트기류는 겨울철 시속 130㎞, 여름철 시속 65㎞의 속도로 빠르게 불어 동쪽 방향으로 움직이는 비행기의 속도를 높여 주기도 한다. 강한 제트기류는 북극에 있는 찬공기의 남하를 막아주는 커튼 역할도 하고 있다. 인간에겐 이래저래 고마운 제트기류지만 지표면의 작은 온도 변화에도 쉽게 성질이 바뀌는 것이 문제다.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쪽의 찬공기가 북위 30~45도 지역까지 내려왔다. 보통의 경우엔 이렇게 찬공기가 내려오더라도 강한 제트기류가 형성된다면 다시 찬공기 기단을 밀어낼 수 있다. 그런데 현재는 제트기류가 약해서 찬 공기를 밀어낼 수 없게 됐다. 장시간 찬공기가 머무르면서 한파와 폭설을 불러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블로킹 한파’라고 부른다.
제트기류는 중위도 지역이 따듯하고 극지방이 차가울수록 대류가 활발해지면서 강해진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북극지역의 빙하가 점점 녹으면서 과거와 비교했을 때 중위도와 고위도 지역의 온도차가 줄어들었다. 이는 대류의 약화를 불러일으켰고 제트기류를 약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극지방에 있는 영하 50~60도의 차가운 공기 덩어리인 ‘폴라 보텍스(극 소용돌이)’가 아시아지역과 북미 지역으로 내려오면서 이례적인 한파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제트기류가 북상하거나 남하하는 현상을 ‘북극진동’이라고 부른다. 북극진동 수가 ‘양의 값’을 가지면 북극에 가깝게 형성되면서 팽팽한 형태를 갖는다. 반대로 ‘음의 값’을 갖게 되면 제트기류는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오며 요동치게 된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이 공개한 지난달 북극진동 수는 ‘-5’. 지난해 들어 최저값을 기록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북극진동은 계속 증가했지만 2009년 겨울부터 강한 음의 값을 기록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미국과 아시아, 유럽에 겨울철 한파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베리아 지역의 적설량도 북극진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는다. 시베리아 지역에 많은 눈이 내리면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제트기류에 변화가 생기고 북극진도값이 음으로 떨어진다. 김백민 극지연구소 극지기후변화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제트기류는 지표면의 눈, 대기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시베리아 지역에서 차가운 공기가 만들어지면서 제트기류가 요동치는 ‘사행(蛇行)’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시베리아 지역 상공에서 발생한 제트기류의 변화로 인해 북반구를 돌고 있는 제트기류 전체가 마치 사인곡선처럼 요동치게 된다. 김 책임연구원은 “미국 상공에서도 제트기류의 사행이 발생하면서 한파와 폭설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4년 가을 시베리아 지역에는 1971년 기록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폭설이 내렸다. 이는 지난해 미국을 강타한 한파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가을 시베리아 지역의 적설량이 평년보다 높은 것으로 기록되면서 올 겨울 미국, 유럽 지역에 한파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김선태 APEC 기후센터 기후분석팀 선임연구원은 “지구온난화와 엘니뇨 등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폭설, 한파 등이 앞으로도 잦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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