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고 있는 롯데그룹의 후계구도가 이르면 이번주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13일 롯데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을 방문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번주 안으로 입국한다. 신 회장은 형인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이 할머니 기일을 위해 부인과 함께 입국한 다음날인 10일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재계는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이 최근 일본 롯데의 주요 임원직에서 해임된 직후 일본으로 떠난 신 회장이 귀국하면 롯데그룹의 후계구도가 가닥이 잡힐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아래 '일본-장남 신동주, 국내-차남 신동빈'으로 양분해 경영을 맡아 왔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에서 사실상 손을 떼게 됨에 따라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까지 경영할 가능성이 한 층 짙어졌다. 이렇게 될 경우 신 회장은 롯데가의 유일한 후계자로 한일이 합쳐진 통합 롯데를 지휘하게 된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주요 임원직에서는 물러났지만 지분은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유통 전반은 신 회장이, 롯데제과 등 식품쪽은 신 전 부회장이 맡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 회장은 현재 도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롯데와의 비즈니스 일정은 잡혀있지 않다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일본 롯데와의 공식 일정이 나오지 않았을 뿐 일본 주요 임원진과의 미팅 등 비공식 일정은 있지 않겠냐는 추측도 나온다.
재계 일각에서는 지난 2013년 고관절로 입원 치료를 받은 신 총괄회장이 구순(九旬)을 넘긴 상황에서 롯데그룹이 승계 구도 정리에 무리하게 속도를 낼 경우 자칫 예상치 못한 사태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인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의 해임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신 전 부회장의 반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제과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신 회장과의 지분차가 불과 1.42%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롯데제과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신 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은 5.34%, 신 전 부회장의 지분은 3.92%다.
일부에서는 해임 후에도 신 전 부회장의 그룹 지분에는 변화가 없는 만큼 후계구도 변화는 확대 해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롯데 경영과 관련해 신 전 부회장이 일본 경영진과 갈등을 빚으면서 신 총괄회장이 경고성 인사에 나선 것일 뿐 경영 승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롯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그동안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 안에서 쓰쿠다 다카유기 일본롯데홀딩스 사장과 대립각을 세웠으며 결국 신 총괄회장이 쓰쿠다 사장의 손을 잡아줬다고 풀이했다. 쓰쿠다 사장은 일본 롯데 대표이사 겸 일본 롯데상사 대표를 맡고 있으며 신 총괄회장의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일본 롯데는 전문경영인 체재 아래 운영되고 있다. 신 전 회장과 전문경영인 대립이 일단락되면 지역 중심의 롯데그룹의 경영 체제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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