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GPT]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명작 · 주목할 만한 신간을 소개합니다.
"사람들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끌리게 되어 있어. 자신이 잊고 있던 걸 상기시켜 주거든."
- 영화 <라라랜드> 중
우리가 잊고 살던 걸 상기시키는 열정, 그런 게 담긴 작품을 생각하노라면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들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강렬하게 꿈틀거리는 색채와 힘찬 붓터치도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인상이지만, 바로 그런 진실한 열정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삶에서 꽃피웠다는 배경 역시 그의 '불멸의 스타성'에 일조했습니다.
평생을 물감값조차 감당하기 힘든 지독한 가난에 시달린 고흐가 생전 돈을 받고 판 유화 작품은 단 한 점 뿐. 번듯한 수입 없이도 죽을 때까지 붓을 놓지 않을 수 있던 건 동생 테오의 경제적 지원 덕이었습니다. 유일한 후원자이자 동반자였을 동생에게 18년간 보낸 편지는 600여 통에 달합니다.
남겨진 편지들에는 그의 진솔한 내면과 함께 뿌리깊은 고뇌가 예술로 승화하는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 속 고흐는 천재도 정신병자도 아닌, 그저 좋아하는 일에 있어 더 나아지고자 노력한 고민 많은 예술가였습니다. MBN 특별전시 진품명화전 <불멸의 화가, 반 고흐전>과 함께 즐기면 좋을 편지 모음집,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속 열정의 조각들을 소개합니다.
"나도 그 무엇인가에 적합한 인물이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나도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쓸모있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내 안에 무엇인가 있다. 그것이 대체 무엇일까?"
둘째 가라면 서러울 '세기의 천재' 화가도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없어 괴롭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 어둡고 긴 밤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는 동병상련의 위로로 다가올 옛 편지 속 그는 자주 고통을 호소합니다. 화가로서, 사랑받고 싶은 한 인간으로서의 여정 모두 순탄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흐에게도 그림을 그려나가는 매일은 의욕과 무기력, 희망과 절망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결코 괴로워하기만 하는 데에서 그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림은 그가 기꺼이 선택한 고통이었고, 행복은 그 끝이 아니라 속에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는 동생 테오에게 그림이 삶의 '유일한 구원'이었다고 벅차오르듯 자주 전합니다. 그리고는 어디서 솟아나왔는지 모를 에너지로 선언합니다. 모두가 자신을 미치광이 취급할 때에도 한 발짝 더 나아가겠다고, 그게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그가 어려운 경제적 환경에, 주변의 손가락질에 '그래, 난 할 수 없어' 인정하고 게으르게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역작들은 세상에 남아있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사랑 없이는 살 수 없고, 살지 않을 것이고, 살아서도 안 된다"던 고흐는 평생 사랑을 갈구했습니다. 자신은 열정을 가진 남자에 불과하고, 그래서 여자가 있어야 한다고 외쳤지만 청춘 사업은 늘 실패로 끝났습니다. 작품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비운의 연인은 '거리의 매춘부' 시엔입니다.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그녀는 성병에 알콜 중독을 앓고 있었고, 딸을 하나 둔 채 뱃속에도 아비를 모르는 아이를 품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보잘것없고 미천하다고 손가락질하는 여인을 그는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아름다움이나 열렬함보다는 연민, 동정에 가까운 감정이었을지라도 세상의 잣대에 흔들려 그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매춘부를 사랑하기로 한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스승 모베로부터는 '타락했다'는 비난을 받으며 버림받았고 , 주변 사람들은 그를 미친 사람 취급합니다. 존경받는 목사였던 아버지 역시 그녀를 환영할 리 없습니다. 아들이 미쳤다고 생각해 정신병원에 보내려 하면서 고흐와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이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이후 여러 상황이 겹쳐 결국 그토록 사랑했던 시엔과는 이별합니다. 수 년 후에는 사촌인 케이에게 구혼했다가도 거절당합니다.
사랑받고자 했던 이들에게 결코 사랑받지 못하면서 그를 덮쳐온 끝없는 외로움은 본격 그림에 몰두하는 계기가 되고, 고독은 예술로 승화합니다.
계속된 실연과 가족, 동료 작가와의 불화, 정신병까지. 일평생 불행에 시달린 그가 고안한 자기 위안법은 고통스러운 이 세상을 '신의 습작'으로 생각하는 일이었습니다. 실수투성이 습작의 모든 붓터치에 의도가 있을 리 없고, 아름답기만 할 리 없습니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을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이 위태로워 보이던 그는 얼마 후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이라고 적었습니다.
고흐는 유난히 '별'을 좋아했습니다. 작품에도 노란색 염료를 자주 사용했는데, 그가 사랑했던 술 '압셍트'가 가진 환각 작용의 일환으로 세상이 점점 노랗게 보였을 것이라는 가설도 있습니다.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 갈 수 없는 것일까?"
힘들 때마다 자주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곤 했던 그는 우리가 죽음을 통해 가닿게 되는 종착지가 그곳이 아닐까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동생 테오는 "형은 곧 유명해질 거야, 불행은 곧 끝날거야"라고 위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흐는 별까지 천천히 걸어가지 못하고 37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던가요. 그의 말로가 비극적이었다고 해서 살아온 동안의 뿌리 깊은 고뇌가 헛된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한 인간의 치열했던 예술혼은 지금까지 우리 곁에 너무도 건강하게 펄펄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끝까지 삶을 사랑해보고자 했던 그의 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동시에 어떤 생의 의지를 일깨우기도 합니다.
연말부터 우리를 덮친 상실에 따른 무력감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풍파에도 '다 울었으면 이제 할 일을 하자'는 듯 죽기 전까지 언제고 다시 붓을 들려고 했던 고흐처럼, 회복 불능일 것처럼 망가져 보이는 세상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그의 편지 속에서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새해에도 텅 빈 캔버스의 냉소에 지지 않고 묵묵히 주어진 길을 걸어가기를. 그 길이 모두가 가라는 길이 아닌, 스스로가 원하던 길이기를. 그 과정에서 종종 우리를 기다릴 허무와 상실에 맞서 순간의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고흐의 말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로 글을 마칩니다.
"우리에게 무언가를 시도할 용기가 없다면 삶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심가현 기자 gohyun@mbn.co.kr]
"사람들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끌리게 되어 있어. 자신이 잊고 있던 걸 상기시켜 주거든."
- 영화 <라라랜드> 중
우리가 잊고 살던 걸 상기시키는 열정, 그런 게 담긴 작품을 생각하노라면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들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강렬하게 꿈틀거리는 색채와 힘찬 붓터치도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인상이지만, 바로 그런 진실한 열정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삶에서 꽃피웠다는 배경 역시 그의 '불멸의 스타성'에 일조했습니다.
평생을 물감값조차 감당하기 힘든 지독한 가난에 시달린 고흐가 생전 돈을 받고 판 유화 작품은 단 한 점 뿐. 번듯한 수입 없이도 죽을 때까지 붓을 놓지 않을 수 있던 건 동생 테오의 경제적 지원 덕이었습니다. 유일한 후원자이자 동반자였을 동생에게 18년간 보낸 편지는 600여 통에 달합니다.
남겨진 편지들에는 그의 진솔한 내면과 함께 뿌리깊은 고뇌가 예술로 승화하는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 속 고흐는 천재도 정신병자도 아닌, 그저 좋아하는 일에 있어 더 나아지고자 노력한 고민 많은 예술가였습니다. MBN 특별전시 진품명화전 <불멸의 화가, 반 고흐전>과 함께 즐기면 좋을 편지 모음집,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속 열정의 조각들을 소개합니다.
◇ 쉬운 일 속에 즐거움이 있겠는가
빈센트 반 고흐, 자화상
"나도 그 무엇인가에 적합한 인물이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나도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쓸모있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내 안에 무엇인가 있다. 그것이 대체 무엇일까?"
둘째 가라면 서러울 '세기의 천재' 화가도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없어 괴롭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 어둡고 긴 밤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는 동병상련의 위로로 다가올 옛 편지 속 그는 자주 고통을 호소합니다. 화가로서, 사랑받고 싶은 한 인간으로서의 여정 모두 순탄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고흐에게도 그림을 그려나가는 매일은 의욕과 무기력, 희망과 절망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결코 괴로워하기만 하는 데에서 그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림은 그가 기꺼이 선택한 고통이었고, 행복은 그 끝이 아니라 속에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는 동생 테오에게 그림이 삶의 '유일한 구원'이었다고 벅차오르듯 자주 전합니다. 그리고는 어디서 솟아나왔는지 모를 에너지로 선언합니다. 모두가 자신을 미치광이 취급할 때에도 한 발짝 더 나아가겠다고, 그게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비칠까. 보잘것없는 사람, 괴벽스러운 사람, 비위에 맞지 않는 사람, 사회적 지위도 없고 앞으로도 어떤 사회적 지위를 갖지도 못할, 한마디로 최하 중의 최하급 사람…. 그래, 좋다. 설령 그 말이 옳다 해도 언젠가는 내 작품을 통해 그런 기이한 사람, 그런 보잘것 없는 사람의 마음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여주겠다. 그것이 나의 야망이다."
"의욕적으로 일하려면 실수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사람들은 흔히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훌륭하게 될 거라고 하지.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너도 그런 생각은 착각이라고 말했잖아. 그들은 그런 식으로 자신의 침체와 평범함을 숨기려고 한다."
"많은 화가들이 텅 빈 캔버스 앞에 서면 두려움을 느낀다. 반면에 텅 빈 캔버스는 "넌 할 수 없어"라는 마법을 깨부수는 열정적이고 진지한 화가를 두려워한다."
"의욕적으로 일하려면 실수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사람들은 흔히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훌륭하게 될 거라고 하지.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너도 그런 생각은 착각이라고 말했잖아. 그들은 그런 식으로 자신의 침체와 평범함을 숨기려고 한다."
"많은 화가들이 텅 빈 캔버스 앞에 서면 두려움을 느낀다. 반면에 텅 빈 캔버스는 "넌 할 수 없어"라는 마법을 깨부수는 열정적이고 진지한 화가를 두려워한다."
그가 어려운 경제적 환경에, 주변의 손가락질에 '그래, 난 할 수 없어' 인정하고 게으르게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역작들은 세상에 남아있지 않을 것입니다.
◇ 거지든 매춘부든 사람의 영혼이 더 흥미롭다
"나는 사랑 없이는 살 수 없고, 살지 않을 것이고, 살아서도 안 된다"던 고흐는 평생 사랑을 갈구했습니다. 자신은 열정을 가진 남자에 불과하고, 그래서 여자가 있어야 한다고 외쳤지만 청춘 사업은 늘 실패로 끝났습니다. 작품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비운의 연인은 '거리의 매춘부' 시엔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 난로 근처에 앉아있는 여인 (매춘부 시엔)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그녀는 성병에 알콜 중독을 앓고 있었고, 딸을 하나 둔 채 뱃속에도 아비를 모르는 아이를 품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보잘것없고 미천하다고 손가락질하는 여인을 그는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아름다움이나 열렬함보다는 연민, 동정에 가까운 감정이었을지라도 세상의 잣대에 흔들려 그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녀에게 특별한 점은 없다. 그저 평범한 여자거든. 그렇게 평범한 사람이 숭고하게 보인다. 평범한 여자를 사랑하고, 또 그녀에게 사랑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인생이 아무리 어둡다 해도."
"성당보다는 사람의 눈을 그리는 게 더 좋다. 사람의 눈은, 그 아무리 장엄하고 인상적인 성당도 가질 수 없는 매력을 담고 있다. 거지든 매춘부든 사람의 영혼이 더 흥미롭다."
"성당보다는 사람의 눈을 그리는 게 더 좋다. 사람의 눈은, 그 아무리 장엄하고 인상적인 성당도 가질 수 없는 매력을 담고 있다. 거지든 매춘부든 사람의 영혼이 더 흥미롭다."
매춘부를 사랑하기로 한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스승 모베로부터는 '타락했다'는 비난을 받으며 버림받았고 , 주변 사람들은 그를 미친 사람 취급합니다. 존경받는 목사였던 아버지 역시 그녀를 환영할 리 없습니다. 아들이 미쳤다고 생각해 정신병원에 보내려 하면서 고흐와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이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이후 여러 상황이 겹쳐 결국 그토록 사랑했던 시엔과는 이별합니다. 수 년 후에는 사촌인 케이에게 구혼했다가도 거절당합니다.
사랑받고자 했던 이들에게 결코 사랑받지 못하면서 그를 덮쳐온 끝없는 외로움은 본격 그림에 몰두하는 계기가 되고, 고독은 예술로 승화합니다.
◇ 세상은 신의 습작…죽음은 별까지 걸어가는 것
계속된 실연과 가족, 동료 작가와의 불화, 정신병까지. 일평생 불행에 시달린 그가 고안한 자기 위안법은 고통스러운 이 세상을 '신의 습작'으로 생각하는 일이었습니다. 실수투성이 습작의 모든 붓터치에 의도가 있을 리 없고, 아름답기만 할 리 없습니다.
"이 세상은 신이 뭘 해야 할지 잘 모를 때, 제정신이 아닌 불행한 시기에 서둘러서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선량한 신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 그것은 자신의 습작을 만들기 위해 그가 많은 수고를 했다는 정도지.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습작은 다양한 방식으로 망가졌다. 그렇게 실수할 수 있는 사람은 주인밖에 없다. 그래. 그게 아마도 가장 훌륭한 위안이 되겠지. "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을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이 위태로워 보이던 그는 얼마 후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이라고 적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
고흐는 유난히 '별'을 좋아했습니다. 작품에도 노란색 염료를 자주 사용했는데, 그가 사랑했던 술 '압셍트'가 가진 환각 작용의 일환으로 세상이 점점 노랗게 보였을 것이라는 가설도 있습니다.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 갈 수 없는 것일까?"
힘들 때마다 자주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곤 했던 그는 우리가 죽음을 통해 가닿게 되는 종착지가 그곳이 아닐까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증기선이나 합승마차, 철도 등이 지상의 운송 수단이지만 콜레라, 결석, 결핵, 암 등은 천상의 운송 수단인지도 모른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동생 테오는 "형은 곧 유명해질 거야, 불행은 곧 끝날거야"라고 위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흐는 별까지 천천히 걸어가지 못하고 37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 무한 우주에 순간의 빛일지라도
하지만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던가요. 그의 말로가 비극적이었다고 해서 살아온 동안의 뿌리 깊은 고뇌가 헛된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한 인간의 치열했던 예술혼은 지금까지 우리 곁에 너무도 건강하게 펄펄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끝까지 삶을 사랑해보고자 했던 그의 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동시에 어떤 생의 의지를 일깨우기도 합니다.
연말부터 우리를 덮친 상실에 따른 무력감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풍파에도 '다 울었으면 이제 할 일을 하자'는 듯 죽기 전까지 언제고 다시 붓을 들려고 했던 고흐처럼, 회복 불능일 것처럼 망가져 보이는 세상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그의 편지 속에서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새해에도 텅 빈 캔버스의 냉소에 지지 않고 묵묵히 주어진 길을 걸어가기를. 그 길이 모두가 가라는 길이 아닌, 스스로가 원하던 길이기를. 그 과정에서 종종 우리를 기다릴 허무와 상실에 맞서 순간의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고흐의 말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로 글을 마칩니다.
"우리에게 무언가를 시도할 용기가 없다면 삶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심가현 기자 gohyu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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