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정년, 부모의 죽음, 자녀의 독립, 노화의 시작…청년기를 지나 오,육십대가 되면 결코 유쾌하지 않은 숙제들이 우리를 찾아옵니다. 전 언론사 국장이었던 저자의 현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회사일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는 아내의 핀잔에도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어느덧 다가온 50대를 반겨준 건 '임원 승진 누락'이었습니다. 내심 바랐던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없음을 발견했던 때,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등 온갖 감정이 그를 괴롭힙니다.
고령으로 쓰러진 아버지, 지병으로 고통받는 아내, 아직 자리를 못 잡은 취준생 아들까지..책임은 늘었는데 막막한 앞길이 현실을 옥죄어오던 날들을 지내던 임 국장은 지인의 소개로 정신분석적 심리치료 전문가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은호 원장을 만나 2년 간 편지를 주고받고, 대화를 나눕니다. 강 원장의 도움으로 약해져 있던 내면의 근육을 키우고, 비로소 인생 두 번째 홀로서기를 위한 다음 걸음을 내딛습니다. 그 과정을 담은 책, '인생의 의미를 찾는 열두 번의 마음 수업' 『잠 못드는 오십, 프로이트를 만나다』입니다.
'질풍노도 50대'의 내면을 파헤치는 프로이트 전문가
임 전 국장은 강 원장에게 이 시대 중장년 직장인의 내밀한 현실을 여과 없이 털어놓습니다. 회사에 대한 원망, 가족에 대한 책임감,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자꾸만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했습니다. 아무쪼록 일상은 영위하고 있으니 우울증은 아니라고 여겨오며 산책,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로 그런 감정을 해소해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강 원장은 감정과 관련된 문제는 '의식적인 노력과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프로이트는 말했습니다. "표현되지 않고 억압된 감정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생매장되어 묻혀 있다가 나중에 더 추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우울함 역시 마냥 떨쳐내야 할 감정이 아니라 우리 무의식에서 보내오는 긴급한 모스부호이기도 하다는 게 강 원장의분석입니다. 또, 자신의 내면에 자리한 심연을, 그 안에 담긴 두려움의 실체를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런 감정의 겹과 결의 움직임을 인지하고 그 생성 맥락을 전체적으로 살펴봐야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며 두 번째 인생을 향한 발걸음에 나침반을 제시합니다.
강 원장은 또 50대 이후에는 새로운 '미닝풀니스'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여기서 미닝풀니스란 '의미있게 느껴지는 어떤 것'. 삶의 전반기를 좌우했던 의미들은 오십 전후에 대개 흐릿해지기 마련이라 건강한 인생 후반기를 설계를 위해선 새로운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전업주부로 살아온 임 국장의 아내는 아들이 대학에 진학하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은퇴한 주변 친구들은 사서삼경 등 고전 공부에 빠지기도, 공인중개사 등 제 2의 직업에 도전하기도 하고, 퇴직 전 경력을 살려 도서 집필이나 강연에 나서기도 합니다. 50대 이후의 삶은 잊고 지낸 꿈, 사회 기여나 봉사 활동, 취미생활, 제 2의 직업 등 뭐든 새로운 미닝풀니스에 대한 도전이 가능한 기회의 시기로 볼 수도 있는 셈입니다.
강 원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임상수 국장도 경제적인 풍족함과 사회적 지위 유지에 대한 욕구에 가리워졌던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처음으로 고민하고 ‘충만한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품게 됩니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 새롭게 찾은 미닝풀니스는 '생의 후반전'을 더 풍요롭게 만들며 쉽지않은 노화 과정의 중요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중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인생 고민에 대한 정신분석적 관점의 진단과 해법이 궁금하다면.. 임상수 국장과 강은호 원장의 내밀한 고백과 날카로운 진단이 담긴 마음 수업에 동참해 보시길 바랍니다.
[심가현 기자 gohyun@mbn.co.kr]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