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소재로 대중들과 소통해온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의 신작이 출간됐다. 1394년 이래 서울은 이 땅의 수백 년 역사의 산증인이다.
조선시대에는 ‘인싸’들의 무릉도원이 있었다
『서울의 자서전』
천민 출신 시인 유희경은 문화사랑방 침류대(枕流臺)를 만들어 운영했다. 창덕궁 서쪽 계곡에 위치한 이곳은 선조에서 인조에 이르는 당대 학자와 관료들이 찾아와 시를 나누고 풍류를 즐긴 공간이었다. 조선 중기에 영의정을 지낸 이원익을 비롯해 장유, 김상헌, 이수광, 신흠 등이 드나들었다.『서울의 자서전』
신분의 한계에도 유희경이 ‘인싸’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상장례(喪葬禮)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허준의 스승인 어의 양예수는 뒷문으로 나가고 유희경은 앞문으로 들어온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의사보다도 장례를 치르기 위한 유희경이 더 대접을 받았다는 말이다. 부안 기생 매창의 남자로 ‘부안삼절’이라 불렸던 유희경은 매창에게 지어 바친 시로도 이름을 날렸다. 유희경은 백대붕과 함께 천민, 평민이 함께 활동하는 문인모임 풍월향도를 만들어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조선시대사를 전공한 저자는 서울에서 조선의 숨결이 묻어 있는 공간을 찾아 떠났다.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연려실기술』 등 검증된 사료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일상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노래하다
『살 것만 같던 마음』
『살 것만 같던 마음』
이영광 지음 / 창비 펴냄
“생각하면 나는/ 사랑의 포로였고/ 슬픔의 포로였고/ 허무의 포로였다/ 죽음의 포로였고/ 불안의 포로였고/ 희망의 포로였다” 시인은 ‘평화의 바람’에서 이렇게 쓴다. 총 51편의 시를 한데 엮어낸 이번 시집에서는 먼저 짧은 시행만으로 구성한 시편들이 유독 눈에 띈다.선명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존재의 고통과 현실의 아픔을 노래해온 이영광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이 ‘창비시선 502번’으로 출간되었다. 4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일상의 복잡미묘한 감정과 들끓는 마음들을 살피며 삶과 죽음의 관계, 존재의 본질과 의미에 대한 진지하고도 심오한 사유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불합리한 세상의 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타인의 고통을 체험하며 삶의 진실에 가닿으려는 고뇌가 담긴 진솔한 시편들은 서늘하고도 묵직한 공감을 자아낸다.
[글 김슬기(매일경제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33호(24.6.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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