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현대 음악 작곡가, 콩쿨 우승 후 최하영에게 협업 의사 물어
최하영 "카잘스와 프루니의 바흐 앨범, 가장 즐겨 들어"
이번에는 한국 '첼로계의 샛별', 첼리스트 최하영을 만나보는 순서를 마련했습니다.최하영 "카잘스와 프루니의 바흐 앨범, 가장 즐겨 들어"
지난 6월 퀸엘리자베스 콩쿨의 첼로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차지한 최하영 첼리스트를 단독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퀸엘리자베스 콩쿨은 폴란드의 쇼팽 피아노 콩쿨, 러시아의 차이콥스키 콩쿨와 함께 세계 3대 음악 경연대회로 꼽힙니다.
앞서 최하영은 한국예술영재교육원과 영국 퍼셀 음악학교를 거쳐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를 졸업했고, 브람스 국제 콩쿨,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국제 첼로 콩쿨에서 우승한 이력이 있는데요.
퀸엘리자베스 콩쿨에서 우승한 뒤 올해 연말은 한국에서 송강음악회 등 각종 공연에서 연주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최하영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어머니를 따라서 첼로를 취미로 시작했다고 들었다. 첼로를 시작한 과정을 더 자세히 말해달라.
인터뷰하는 최하영 첼리스트 [사진=MBN]
네, 어머니께서 첼로를 워낙 좋아하셔서 취미로 첼로 연주를 하시고는 했는데요. 저도 따라서 6살 때 첼로를 처음 접하게 됐어요. 그리고 우리나라 동네 학원의 첼로 선생님으로부터 일주일에 30분씩 재미있게 레슨을 받았어요. (하루에 30분씩이 아니라, 일주일에 단 30분 레슨받았다는 것인가?) 네 일주일에 30분이요. (미소) 그 후에 제가 첼로의 매력에 푹 빠져서 전공을 하기로 결심했고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가 운영하는 예술 실기과정인 예비학교(현 예술영재교육원)에 입학하게 되어, 정형원, 정명화 선생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Q. 음악가들마다 자신의 악기를 택한 고유한 이유가 있었다. 첼로를 선택하고 연주한 이유는?
저는 첼로의 깊은 음색에 정말 어렸을 때부터 빠진 것 같아요. 저희 어머니께서 워낙에 클래식 애호가이셔서 저는 어렸을 때부터 여러 클래식 CD를 들으면서 자랐어요. 항상 아침에 집안에서도 CD를 틀어놓으셨고, 차에서도, 또 제가 잠잘 때에도 틀어놓으셨거든요. 정말 자연스럽게 여러 첼로 레코딩을 접했는데 제가 가장 좋아했던 앨범이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와 피에르 푸르니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앨범이었어요. 그 앨범은 지금도 제가 정말 자주 듣는 레코딩이에요. 첼로의 사람 목소리와 같은 그런 음색에 어렸을 때부터 매료된 것 같아요. 6~7살일 때부터 항상 아침을 그 앨범으로 시작했다보니, 이 앨범을 들을 때면 제 마음도 평온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Q. 그동안 가르침을 준 스승님의 인상 깊었던 교육법이 있었나 궁금하다.
인터뷰하는 최하영 첼리스트 [사진=MBN]
정형원 선생님께서 저를 처음 가르쳐주셨는데요. 일주일마다 새로운 에튀드(연습곡)를 한 개씩 익혀가며, 정말 많은 에튀드를 배웠어요. 선생님으로부터 기본기를 다졌고 다양한 첼로 기법과 음계를 배우면서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고요. 정명화 선생님께는 제가 처음 배운 소나타 중 한 곡이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였는데요. 지금도 이 곡을 연주할 때 그때 배운 부분들을 생각하고는 해요. 첼로가 가진 여러 가지 음색을 어떤 감정으로 표현하고, 어떤 색깔로 음에 진동을 줄지(비브라토) 등을 배웠거든요.
그리고 독일에서 지난 5년간은 볼프강 에마누엘 슈미트께서 스승님이셨습니다. 그분은 첼로 연주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여러 가지 상상력을 굉장히 자극시켜주셨어요. 항상 제게 첼로를 연주하면서도 여러 몸짓을 쓰도록 강조하셨고, 청중에게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지에 많이 집중해 알려주셨어요. 제가 상상하는 모든 요소들이, 제 몸짓이나 존재만으로도 어떻게 음악적으로 전달되는지 이후 많이 신경쓸 수 있게 됐습니다.
Q. 퀸엘리자베스 콩쿨 준비과정을 알려주세요.
(퀸엘리자베스 콩쿨에 첼로 부문이 생긴 해는 2017년입니다. 2017년 6위까지 선정되는 수상자 중 6위에 브래넌 조가 오르는 영예를 안았고, 두 번째로 퀸엘리자베스 콩쿨의 첼로 부문의 장이 열린 올해는 1위를 최하영이 수상했습니다.)
2017년과 2022년 수상자 [사진=퀸엘리자베스 콩쿨]
워낙에 이 콩쿨이 레퍼토리가 넓어요. 루이지 보케리니의 소나타도 연주해야 했고, 협주곡 심사도 이 과정에 들어 있습니다. 이 대회를 위해 쓰여진 현대곡도 소화해야 하고요. 준결승 리사이틀의 경우는 A버젼과 B버젼, 두 개의 다른 버젼을 준비해 가야 했는데, 연주 24시간 전이 되어서야 심사위원이 하나를 선택해주다보니 더욱 악명 높죠. (미소) 그렇다보니,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할 수 있도록 제가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힘(스태미나)을 기르기 위해 대회에 참가하기 전부터 노력을 많이 했어요.
대회에서는 일주일간 합숙기간이 있는데요.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와이파이도 당연히 못 쓰고요. 고립된 공간에서 일주일 동안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새로 지어진 곡을 연구하고 연습해서 무대에 서는 과정을 밟게 되는데요. 어떻게 보면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정신적으로도 많은 도전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스승님이나 부모님과 전화가 아예 불가능한 것?) 네 전혀 안 됩니다.
Q. 8살 때 금호영재콘서트로 첼로 연주를 하며 처음 무대에 올랐다. 이후 지금까지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
많이들 슬럼프나 힘든 시간을 묻는데 무대에 서면 가장 행복하고 그만큼 에너지도 얻어요. 청중들께서 에너지를 제게 주는 만큼 제가 받는다고 생각하거든요. 딱히 정말 힘든 건 없는 것 같아요. (체력 관리?) 제가 어렸을 때부터 워낙 운동을 좋아했어요. 어릴 때 태권도를 4년 정도 했어요. 피겨스케이팅도 배웠고요. 그런 스포츠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첼로 연주가 직업이다보니, 너무 근육 손상이 되거나 무리가 가지 않도록 실내에서 근력 운동을 하고 있어요. 특히 요즘 여행을 많이 하다보니까 호텔 안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근력운동을 하면서 아령을 들기도 하고 그럽니다. (미소)
Q. 20세기 후반 곡 작업도 생각한다고 들었다. 길게 보면 어떤 도전을 하고 싶나?
송강음악회 때 최하영의 모습 [사진=MBN]
제가 아직 연주해보지 못한 20세기 후반 작품도 많이 도전해보고 싶고요. 내년 다가오는 시즌에 그런 새로운 레퍼토리를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20세기뿐 아니라, 현존하는 작곡가들과의 교류에 관심이 많고 그런 프로젝트에 참여할 예정이에요. 사실 콩쿨이 끝나고 정말로 많은 작곡가들께서 제게 협업 의향이 있는지 물어봐주셨는데요. 제가 결승에서 비톨드 루토스와프스키의 첼로 협주곡, 현대곡을 선택했거든요. 준결승에서도 펜데레츠키 독주곡 작품을 연주했고요. 주로 연주하는 드보르작이나 슈만을 연주하지 않은 것인데, 그런 저의 모습을 관심 있게 봐주시고 많이 물어봐주셨어요. 그분들과 앞으로 좋은 프로젝트를 함께 할 예정입니다.
Q. 올해 연말은 오랜만에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이후 투어가 예정돼 있나?
네, 내년에 여러 나라에서 투어가 예정돼있는데요. 내년에 미국과 브라질 투어가 예정돼 있고요. 한국에도 내년 봄에 다시 와서 리사이틀을 할 예정입니다. (음반 발매 일정도 상의중?) 네, 아직 정확한 프로그램은 확정하지 않은 단계이고요. 일부 레코드사와 계약도 상의중이고 확정은 아직입니다.
Q. 실내악 연주자로서 활동할 계획도 갖고 있는지? 앞으로의 포부도 부탁한다.
네, 솔로이스트로 활동할 것이지만, 실내악도 함께 할 의사가 있습니다. 제가 워낙에 실내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학업을 할 때도 여러 가지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는데요. 실제로 현재도 실내악을 통해 여러 음악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할 계획은 없고요. 앞으로도 여러 나라의 다른 무대에 서면서, 여러 음악 동료들을 새로 만나 영감을 얻고 계속해서 성장해 가고 싶습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
영상취재 : 이준우 V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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