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 의대 교수 "모델이 된 승려가 맨발로 다녀 실제로 변형됐을 가능성 크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인 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두 점 중 한점의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휘어있는 이유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이 야심차게 기획해 선보인 '사유의 방'에는 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두 점이 놓여있습니다.
두 불상은 모두 오른발을 왼쪽 무릎 위에 올리고, 오른손으로는 턱을 살포시 괴고 있습니다.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상념에 빠진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런데 오른발 발가락에서 미묘한 차이가 확인됩니다. 문화재 지정 번호 폐지 전까지 국보 제83호(1962-2)로 부른 불상은 엄지발가락이 아래쪽으로 심하게 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국보 제78호(1962-1) 불상은 엄지발가락이 비교적 곧게 뻗어 있습니다.
반가사유상과 오른발 모습 / 사진=황건 인하대 교수 제공
학계에서는 국보 제83호의 휜 엄지발가락이 깨달음을 얻은 순간의 희열을 나타낸 징표라는 주장이 제기돼 왔습니다. 또한 이 발가락을 근거로 제83호가 제78호보다 예술성이 뛰어나다는 소신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오늘(15일) 학계에 따르면 황건 인하대 의대 교수는 국보 제83호 반가사유상의 휜 엄지발가락과 관련해 불상의 모델이 된 승려가 맨발로 걸어 다닌 결과 실제로 발이 변형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황 교수는 지난 3월 출간된 대한의학회지(JKMS)에 기고한 '반가사유상의 발가락 기형' 글에서 "국보 제83호 반가사유상 엄지발가락은 '망치 엄지발가락' 또는 '갈퀴 발가락'으로, 이 같은 모습으로 앉아 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그는 반가사유상 엄지발가락을 논하며 태국 북부에 거주하는 승려 2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논문에 수록된 결과에 따르면 태국 승려 중 70.8%는 발에 굳은살이 있었고, 18.2%는 발가락 기형을 겪었습니다. 또한 13.4%는 족저근막염, 3.8%는 발허리 통증, 2.9%는 무감각을 앓았습니다. 이때 발가락 기형 사례에서는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휘는 무지외반증과 갈퀴 발가락 사례가 가장 많았습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태국 승려들의 발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은 매일 오랫동안 맨발로 걸어 발바닥에 가해지는 압력이 강해지는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황 교수는 또한 "표면이 매끄럽지 않은 흙길이나 콘크리트 길을 걷다 보면 무감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역시 국보 제83호 불상이 제작된 7세기 초반에는 불교 승려들이 오늘날 태국의 승려들처럼 맨발로 다녔을 확률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황 교수는 이에 대해 "당시 승려들은 발의 변형에도 불구하고 반가사유상처럼 행복해하며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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