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캐릭터가 세잖아요. 보통 여주인공이 맡는 '청순가련'이거나 도움을 받거나 하지 않고 할 말은 다 하고요. 또 가끔은 안하무인에다 무모해 보이지만 어떨 땐 그것들이 정의롭기도 하고 통쾌해서요. 그런 부분을 많이 좋아해 주신 것 같아요."
마냥 당당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배우 임수향(29)의 느릿느릿한 말투에선 신중함이 느껴졌습니다. MBN 수목극 '우아한 가'에서 어머니 죽음을 파헤치는 재벌 상속녀 모석희를 연기한 임수향은 최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라운드인터뷰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차분히 설명했습니다.
두 자릿수 시청률이 손에 꼽히는 요즘, '우아한 가'는 10%에 가까운 시청률로 MBN 드라마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인기 비결을 묻자 그는 빠른 전개와 캐릭터의 매력을 꼽았습니다. "캐릭터가 전부 기억에 남고 살아있는 느낌"이라며 "특히 걸크러시 연기를 할 때 느껴지는 희열은 액션 연기를 할 때의 희열과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액션 드라마를 찍을 때 이만한 덩치의 남자를 때려눕힐 순 없잖아요. 그런데 (극에서) 그걸 했을 때 느껴지는 희열이 있어요. 현실에선 연약하지만, 드라마에선 천하무적인 거죠. 직설적이고 남들이 하지 못하는 핵을 찌르는 대사를 했을 때도 희열이 있어요."
그는 모석희에 대해 "직설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친구다. 그런 용기가 부럽기도 하고, 그걸 연기로 표현할 수 있어서 대리만족도 했다"면서도 "연기하기가 '역대급'으로 어려웠던 캐릭터"라고 고백했습니다.
"말도 행동도 세지만 그게 미워 보이지 않아야 하고, 또 전개가 빨라서 감정선이 생략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런 것들을 놓치지 않고 찾아서 잡아야 하는 작품이라 아주 어려웠죠. 다행히도 1∼2회 나가고 나니 '속 시원하다'며 호감 있게 봐주시더라고요. 자신감을 갖고 했어요. 나중엔 더 세게 표현해도 괜찮을 것 같은 욕심이 생길 정도로요."
모석희는 못되게 구는 새엄마가 애지중지 키우던 물고기의 장례식장에 보란 듯이 새빨간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두 손을 하늘 높이 뻗어 손뼉을 쳤습니다. 많은 사람이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는 이 엔딩은 원래 대본에선 모석희가 '손가락 욕'을 하는 설정이었다고. 다만 심의 때문에 박수로 바뀌었습니다. 임수향은 "그 장면에서 제 웃음은 '현실 웃음'"이라면서 "이 신(scene)에는 우리 드라마가 풍자하고 싶은 메시지가 정확히 담겨 있다"고 했습니다.
극에서 적대적인 관계로 나온 선배 배우 배종옥에 대해선 "배종옥 선배님과 붙을 때는 더 집중했던 것 같다. 에너지에 밀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면서 "그러다 보니까 연기할 때 고민 안 하게 되고 잘 받아주셔서 오히려 더 좋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임수향은 예능에 자주 출연하기로도 유명합니다. 최근엔 MBC TV '나 혼자 산다'에서 일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예능에서 이미지가 굳어질 우려 때문에 출연을 꺼리는 다른 배우들과는 다른 행보입니다.
"전 예능을 좋아해요. '미추리' 때 촬영장 가는 게 너무 좋았을 정도예요. '괜찮을까' 하고 걱정도 하지만 예능으로 얻는 긍정적인 부분이 많아서요. 예능도 연기도 잘하고 싶어요."
그는 2009년 영화 '4교시 추리영역'으로 데뷔했습니다. 연기 경력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연기자 하나만을 보고 달려왔다는 그는 지난 10여년 세월에 대해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했습니다.
"배우로서 쉽지 않은 길을 진짜 열심히 걸었어요. 14살 때 연기자 꿈을 키우면서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와 연기 수업받고, 고등학교·대학교도 연극영화과로 진학해 매일 밤새우고…. 나름대로 치열했던 생활이 있었죠. 날 더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그걸 못 찾고 이 일을 하고 있어요. 연기할 때, 그리고 남이 제 연기를 봐줬을 때가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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