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주 소설가(사진)의 장편 '82년생 김지영'의 일본어판 판매부수가 일본에서 5만부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출간 2년 만에 판매량 100만권을 돌파해 '밀리언 셀러' 반열에 오른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도 이례적으로 수만 부가 판매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16일 일본어판 '82년생 김지영'의 판권을 보유한 출판사 지쿠마 쇼보와 한국 민음사에 따르면,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최근 5쇄까지 증쇄해 현재 5만부를 인쇄했다. 지쿠마 쇼보에 문의한 결과 출판사 측은 "해당 도서의 총 인쇄 부수는 현재(16일)까지 총 5쇄"라며 "출간 한 달만에 5만 부를 인쇄했다"고 답했다.
작년 12월 초 출간된 일본어판 '82년생 김지영'은 출간 이틀 만에 2쇄, 나흘 만에 3쇄에 돌입한 뒤에도 매진이 속출했다. 매진이 계속되자 지쿠마 쇼보는 수천 부 수준이던 증쇄 부수를 만 부 이상으로 대폭 늘렸다.
일본어판 '82년생 김지영'을 두고 일본 서점가에선 매진을 알리는 소식이 종종 전해졌다. 일본 문화전문 웹진 'CINRA.NET'은 트위터에서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판매가 시작된 지 1개월 만에 매진된 서점이 속출하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일본 내 '여성을 위한 서점'이란 콘셉트로 서적과 잡화를 판매 중인 'HIBIYA COTTAGE'도 "한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82년생 김지영'은 입고 즉시 매진됐지만 다시 재입고됐다"고 공지키도 했다. 지쿠마 쇼보도 이달 초 "매진이 속출해 불편을 끼친 데 대해 독자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인쇄소와 제본소와 협력해 증쇄 중이며 '82년생 김지영' 구입을 원하는 분은 서점에서 미리 예약해달라"고 트위터에 알렸다.
당초 유럽과 영미 소설 번역서가 유행하던 일본 출판시장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번역서가 줄고 자국 소설 비중이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이같은 분위기 탓에 한국 소설도 인기를 끌기 어려웠다. 민음사 관계자는 "그럼에도 한국에서 호평 받은 소설이 5쇄까지 돌입한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일본의 여성 독자의 공감대가 한국 여성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82년생 김지영` 일본어판
한국 문학 작품을 수출하는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도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일본에서 오래 전 출간됐고 박민규, 정유정, 김애란, 황정은, 최은영 소설가도 일본에서 주목을 받고 있지만 5만부 판매량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상찬했다.일본 아사히신문은 작년 12월 '82년생 김지영' 출간 직후 조남주 작가의 인터뷰를 1개 면에 걸쳐 소개했다. 이어 마이니치신문도 이달 초 서평 기사를 올리며 "미투 운동에 합류해 더 큰 사회현상을 낳은 화제의 책"이라고 '82년생 김지영'을 이 책을 소개했다.
한편, '82년생 김지영'은 현재 16개국에 판권이 팔린 상태로, 지금까지 대만과 일본에서 출간됐다. 대만에선 전자판 1위로 오르기도 했다. 영국판은 세계적인 출판 그룹 사이먼 앤드 슈스터(Simon&Schuster)에서, 프랑스판은 마거릿 애트우드 등 여성 작가 소설을 출판해 온 로베르 라퐁(Robert Laffont)의 임프린트 닐(NiL)에서 책을 낸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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