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늘 자유를 향한 비상을 노래했다.”
오늘날 ‘현대 프랑스 문단의 살아있는 신화’로 추앙받는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르 클레지오(76)의 말이다. 1일 저녁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2016 교보인문학석강의 강연자로 나선 그는 ‘프랑스, 한국, 바람(desir)의 문화’를 주제로 강연하며 ‘바람, 자유, 부정교합’ 등을 키워드로 문학의 지평을 소개했다.
르 클레지오는 바람이나 욕구를 뜻하는 프랑스어 ‘드지르(desir)’와 한국어 ‘바람’의 내적 유사성을 근거로 문학세계를 소개했다.
“욕망이나 바람이라는 의미의 ‘드지르’는 어원적으로 뜻을 ‘하늘을 뺏긴 사람’이자 ‘별들을 통해 신이 보여주는 운명을 읽지 못하는 상황’을 뜻한다”고 운을 뗀 르 클레지오는 “재치있는 어원의 단어 뜻이 한국에서는 불어오는 ‘바람’과 동음이라는 점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욕망은 바람처럼 거칠고, 격렬하며, 불현듯 찾아온다는 점을 문학은 보여주려 했다”고도 덧붙였다.
바람의 어원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그는 ‘별을 잃어버린 처지’가 한국과 프랑스 문학의 공통분모라고 설명했다. 르 클레지오는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라과 별과 시’ 전문을 인용하며 “윤동주 시인이 활동하던 시기, 프랑스에선 르네 샤르, 아라공, 엘뤼아르 등의 투쟁작가들이 자유와 삶의 기쁨, 희망을 외쳤다”며 “문학은 이렇듯 자유를 향한 비상을 노래했다”고 말했다.
먼 이국땅의 친한파 소설가는 한국문학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달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두고 “새로운 현실, 더 복잡하면서도 더 비밀스러운 세계, 현대 사회의 현실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고 평했다. 또 소설가 김애란의 ‘나는 편의점에 간다’와 ‘달려라 아비’에 대해선 “인간과 현실의 부정교합이 한국문학을 지배하는 주제임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르 클레지오는 “문학은 바람의 한 형태”라는 비유로써 ‘문학의 힘’을 설명했다. “영혼의 바람은 국경을 넘어 불면서 서로 다른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시킨다”는 그는 “문학은 문화가 교착되는 시대에서 보다 조화롭고 긴밀히 연결된 미래를 건설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프랑스 니스에서 1940년 출생한 르 클레지오는 1963년 첫 작품 ‘조서’로 프랑스 르노도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웅숭깊은 대표작 ‘열병’, ‘홍수’, ‘물질적 법열’ 등을 썼다. 노벨문학상을 그에게 안긴 스웨덴 한림원은 “인간성 탐구, 관능적 엑스타시, 시적 모험, 새로운 출발의 작가”라고 르 클레지오를 평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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