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2015년 연극계는 억압과 검열에 대한 투쟁의 시간이었다.
서울연극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와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열렸으며, 2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극 ‘개구리’를 선보였던 박근형 연출의 잇따른 연극 하차 요구가 이어졌고, 세월호를 연상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연극 공연을 방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연극계의 우울한 소식은 연이어 전해졌다. 대학로 소극장 연극의 상징인 대학로 극장의 폐관에 이어 소극장 운동을 이끌었던 삼일로 창고극장마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었다. 2015년 연극계의 기상은 ‘흐림’이었다.
◇ 36년 전통의 ‘서울연극제’ 길고 험했던 축제의 길
4월4일부터 5월18일까지, 총 44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진행됐던 ‘2015 제36회 서울 연극제’는 역사상 가장 우울했던 축제의 시간들이었다.
서울연극제의 파행의 시작은 작년 11월 서울연극제가 매년 진행하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 2015대관공모에서 ‘신청서 자료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36년 역사상 처음으로 탈락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부터였다. 아르코예술극장의 대관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던 양측은 예술위 측에서 다시 대관을 허용하며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서울 연극제 개막식을 이틀 앞두고 예술위는 ‘아르코예술극장이 표기된 공연 티켓 판매를 중단해달라’는 시정조치 요청 공문을 발송했고, 개막식 전날 안전상의 문제로 아르코 대극장을 장기간 폐쇄 조치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젊은 예술인들과, 창의적인 작품을 선보여 왔던 돌연 들이닥친 아르코 대극장 휴관 통보에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서울연극제 집행위는 4월1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예술위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히는 데 이어 삭발식을 진행했으며, 예술위에 대한 보이콧과 극단과 집행부 측이 자체적으로 극장을 구하면서 공연 기간이 연장됐다.
논란 속에 열린 서울연극제는 5월19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폐막식을 진행한 뒤, 21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권영빈 위원장, 한국공연예술센터 유인화 센터장 등 피소고인 6인을 형법 제314조, 제30조, 제32조에 따라 업무방해죄로 형사 고소했다.
◇ 한국 연극, ‘예술검열’에 신음하다
서울연극제 파행에 이어 정치적인 이유로 특정 작가나 작품을 배제시키는, 일명 ‘연극 검열’의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극장은 검열이 아니라고 해명하지만, 연극검열과 예술탄압과 관련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연극인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갔다. 2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극 ‘개구리’를 선보였던 박근형 연출의 잇따른 연극 하차 요구와 세월호를 연상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연극 공연을 방해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현 정부의 예술 검열과 예술인 탄압에 맞서는 ‘15분 피켓 릴레이 시위’에 나선 것이다.
9월 국립국악원은 11월6일 풍류 사랑방에서 열리는 ‘금요공감’에서 퓨전국악그룹 ‘앙상블 시나위’의 공연을 올릴 예정이었다. ‘금요공감’은 국립국악원이 젊은 관객층을 겨냥해 3월부터 시작한, 국악과 클래식, 재즈, 대중음악, 연극, 현대무용, 문학 등 다양한 장르가 함께하는 협업공연이다. ‘앙상블 시나위’는 이번 공연에서 박근형 씨가 대표로 있는 ‘극단 골목길’의 연극과 협업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립국악원은‘앙상블 시나위’에 연극은 빼고 음악 연주 중심으로 변경하라고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니 이후 국립국악원이 이날 공연을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게 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금요공감’에 출연 예정이었던 안무가 정영두씨는 이를 “특정 연출가를 겨냥한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항의의 뜻으로 지난 27일 국립국악원에 출연 거부를 통보했다.
논란이 일자 국립국악원은 “상반기에 세 차례에 걸쳐 연극이 포함된 프로그램을 이 무대에 올려본 결과, 자연음향 국악 연주를 위해 설계돼 음향과 조명 장치를 사용할 수 없는 공연장의 특성상 연극은 대사 전달 등에 문제점이 발견돼 올리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특정 연출가를 겨냥한 탄압이나 예술 검열과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주장했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는 예술위가 창작 산실 우수작품 제작 지원작 등을 결정하면서 심사위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특정 연출가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며, 10월에는 공연예술센터가 연극 ‘이 아이’가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공연을 방해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계속되는 예술 검열논란에, 대학로X포럼, 원로 중견연극인, 검열을 거부하는 극작가 모임, 서울연극협회 소속 연극인 979명은 문예위의 문화예술 검열 논란에 대한 국회 청문회 개최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와 서명부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제출했다.
예술위는 11월 논란에 휩싸인 유인화 한국공연예술센터장과 간부 2명의 직무를 정지했으며, 공연예술센터장 직위를 폐지하고 센터가 기존에 관리하던 아르코예술극장 등을 문예위 사무처가 직접 맡도록 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서울연극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와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열렸으며, 2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극 ‘개구리’를 선보였던 박근형 연출의 잇따른 연극 하차 요구가 이어졌고, 세월호를 연상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연극 공연을 방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연극계의 우울한 소식은 연이어 전해졌다. 대학로 소극장 연극의 상징인 대학로 극장의 폐관에 이어 소극장 운동을 이끌었던 삼일로 창고극장마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었다. 2015년 연극계의 기상은 ‘흐림’이었다.
◇ 36년 전통의 ‘서울연극제’ 길고 험했던 축제의 길
4월4일부터 5월18일까지, 총 44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진행됐던 ‘2015 제36회 서울 연극제’는 역사상 가장 우울했던 축제의 시간들이었다.
서울연극제의 파행의 시작은 작년 11월 서울연극제가 매년 진행하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 2015대관공모에서 ‘신청서 자료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36년 역사상 처음으로 탈락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부터였다. 아르코예술극장의 대관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던 양측은 예술위 측에서 다시 대관을 허용하며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서울 연극제 개막식을 이틀 앞두고 예술위는 ‘아르코예술극장이 표기된 공연 티켓 판매를 중단해달라’는 시정조치 요청 공문을 발송했고, 개막식 전날 안전상의 문제로 아르코 대극장을 장기간 폐쇄 조치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젊은 예술인들과, 창의적인 작품을 선보여 왔던 돌연 들이닥친 아르코 대극장 휴관 통보에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서울연극제 집행위는 4월1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예술위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히는 데 이어 삭발식을 진행했으며, 예술위에 대한 보이콧과 극단과 집행부 측이 자체적으로 극장을 구하면서 공연 기간이 연장됐다.
논란 속에 열린 서울연극제는 5월19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폐막식을 진행한 뒤, 21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권영빈 위원장, 한국공연예술센터 유인화 센터장 등 피소고인 6인을 형법 제314조, 제30조, 제32조에 따라 업무방해죄로 형사 고소했다.
◇ 한국 연극, ‘예술검열’에 신음하다
서울연극제 파행에 이어 정치적인 이유로 특정 작가나 작품을 배제시키는, 일명 ‘연극 검열’의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극장은 검열이 아니라고 해명하지만, 연극검열과 예술탄압과 관련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연극인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갔다. 2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극 ‘개구리’를 선보였던 박근형 연출의 잇따른 연극 하차 요구와 세월호를 연상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연극 공연을 방해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현 정부의 예술 검열과 예술인 탄압에 맞서는 ‘15분 피켓 릴레이 시위’에 나선 것이다.
9월 국립국악원은 11월6일 풍류 사랑방에서 열리는 ‘금요공감’에서 퓨전국악그룹 ‘앙상블 시나위’의 공연을 올릴 예정이었다. ‘금요공감’은 국립국악원이 젊은 관객층을 겨냥해 3월부터 시작한, 국악과 클래식, 재즈, 대중음악, 연극, 현대무용, 문학 등 다양한 장르가 함께하는 협업공연이다. ‘앙상블 시나위’는 이번 공연에서 박근형 씨가 대표로 있는 ‘극단 골목길’의 연극과 협업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립국악원은‘앙상블 시나위’에 연극은 빼고 음악 연주 중심으로 변경하라고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니 이후 국립국악원이 이날 공연을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게 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금요공감’에 출연 예정이었던 안무가 정영두씨는 이를 “특정 연출가를 겨냥한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항의의 뜻으로 지난 27일 국립국악원에 출연 거부를 통보했다.
논란이 일자 국립국악원은 “상반기에 세 차례에 걸쳐 연극이 포함된 프로그램을 이 무대에 올려본 결과, 자연음향 국악 연주를 위해 설계돼 음향과 조명 장치를 사용할 수 없는 공연장의 특성상 연극은 대사 전달 등에 문제점이 발견돼 올리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특정 연출가를 겨냥한 탄압이나 예술 검열과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주장했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는 예술위가 창작 산실 우수작품 제작 지원작 등을 결정하면서 심사위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특정 연출가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며, 10월에는 공연예술센터가 연극 ‘이 아이’가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공연을 방해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계속되는 예술 검열논란에, 대학로X포럼, 원로 중견연극인, 검열을 거부하는 극작가 모임, 서울연극협회 소속 연극인 979명은 문예위의 문화예술 검열 논란에 대한 국회 청문회 개최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와 서명부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제출했다.
예술위는 11월 논란에 휩싸인 유인화 한국공연예술센터장과 간부 2명의 직무를 정지했으며, 공연예술센터장 직위를 폐지하고 센터가 기존에 관리하던 아르코예술극장 등을 문예위 사무처가 직접 맡도록 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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