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발자가 건립…"골칫거리였지만 업무에 큰 역할"
마이크로스프트(MS)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IE)의 서비스 종료를 풍자해 국내 개발자가 만든 추모비를 CNN이 '세계 정상급(월드클래스) 농담'이라고 소개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어제 CNN은 경북 경주시 한 카페 옥상에 세워진 IE 추모비의 사연과 함께 비석 제작자인 소프트웨어 개발자 정기용 씨의 인터뷰를 'IE의 마지막 안식처, 한국의 월드클래스 농담이 되다'라는 기사로 보도했습니다.
정씨는 IE의 서비스 종료를 애도하기 위해 익스플로러의 'e' 로고와 영어로 "그는 다른 브라우저를 다운받기 위한 좋은 도구였습니다"라는 비문을 새긴 추모비를 제작했습니다. 비용은 43만원이 들었고 디자인과 제작에 한 달이 걸렸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IE는 아주 골칫거리였지만 한 시대를 지배했다"며 "그래서 나는 이 감정을 '애증 관계'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IE가 다른 브라우저에 비해 웹사이트나 온라인 앱과의 연동 작업이 더 어려웠는데도, 고객들은 늘 IE에서 웹사이트가 그럴듯하게 보이게 해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습니다.
IE는 1995년 윈도95 운영체제와 번들로 출시된 뒤 10년 넘게 세계 최고의 웹브라우저로 여겨졌습니다.
경주에 세워진 MS익스플로러 추모비. / 사진=연합뉴스
2003년 시장 점유율이 95%에 달했던 IE는 2000년대 후반 구글 크롬 등 경쟁 서비스의 등장과 모바일 시대의 도래 이후 점유율이 추락하고 결국엔 '밈'(meme·인터넷에서 패러디 소재로 유행하는 이미지나 영상)의 대상으로 전락했습니다.
IE는 MS가 이달 15일부터 IE 11 브라우저 버전 대부분에 대한 지원을 종료하면서 1995년 첫 서비스 이후 2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정씨는 묘비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려고 했지만, 온라인에서 이렇게 널리 퍼지게 돼 놀랐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내가 IE 덕분에 월드클래스 농담을 하게 됐으니, 이 또한 IE에게 감사해야 할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IE는 떠났지만 그리워하진 않을 것"이라며 "그래서 내게 IE의 퇴역은 '호상'(好喪)인 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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