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서도 수술 불가…4시간 만에 부산 지역병원 입원
급성 맹장염으로 응급상황에 처한 10대 중학생이 대학병원과 지역종합병원 등 2곳에서 수술을 거절당해 2시간이나 헤매다 간신히 수술을 받았습니다.
올해 중학교 3학년생인 A군은 지난 23일 오후 7시 30분쯤 집에서 심한 복통에 시달렸습니다.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 사는 A군의 어머니는 아들을 데리고 집과 가까운 강서구 명지동 한 이비인후과의원에 갔더니, 담당의사가 A군이 맹장으로 의심되니 큰 병원으로 빨리 가보라고 말했습니다.
A군의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119 응급센터로 전화를 걸어 A군의 상태를 설명했더니, 부산의 B대학병원과 C종합병원에서 수술 가능하다고 안내받았습니다.
A군의 어머니는 아들을 차에 태우고 직접 명지에서 해운대 B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병원 도착 시각은 오후 8시 40분쯤, 하지만 병원에서는 "간이식 수술 외에는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마음이 급한 A군의 어머니는 119로부터 안내받았던 또 다른 수영구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걸어 수술 여부를 물었더니, "청소년은 수술이 불가하다"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수소문한 끝에 부산 온종합병원 응급센터를 찾았고, 다행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A군의 어머니는 "첫 진료에서부터 응급실로 입원하기까지 2시간여 동안 열다섯 살 어린 아들을 데리고 부산의 서쪽과 동쪽을 오가면서 혹시 맹장염이 복막염으로 이어질까 하는 두려움에 몸서리쳐야 했다"며 "어렵게 찾아간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들이 저마다 인력이나 여러 사유를 들면서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데엔 나름 이해 가는 부분도 있지만, 의정갈등의 빠른 해소가 절실함을 절절이 깨달았다"며 당국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온종합병원 김동헌 병원장(전 대한외과학회 회장)은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병원마다 의료진들이 피로가 쌓여 번아웃 직전의 상황"이라며 "의정갈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 간단한 맹장수술로 목숨을 잃는 최악의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 안진우기자 tgar1@mbn.co.kr ]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