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과 사업 실패로 세상을 등지고 찾은 산속
그 후로 18년, 진정한 산 사나이가 된 한 남자의 이야기
깊지 않은 조그마한 개울, 하지만 조용한 산골 분위기와는 달리 내달리는 물줄기는 세차기만 하다. 그 물살 넘어 절벽 끝, 그곳에 자연인 김익영(61) 씨의 집이 자리하고 있다. 여름이면 물이 불어나고 빠지길 반복하더니 몇 해 전, 장마로 다리가 부서지고 말았다. 다리가 끊긴 후론 산을 찾는 등산객들의 발길도 줄어들었다. 오히려 잘 됐다 싶었다. 오로지 혼자만의 공간을 갖게 됐으니 말이다. 그는 곧 개울 건너에 줄을 매달고 내를 건널 수 있는 이동수단을 만들었다. 하늘을 나는 의자를 타고 개울 건너의 세상에 닿는 남자. 그는 그렇게 18년째 하늘을 나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
지난날, 집안 대대로 부족할 것 없이 부유하게 살아왔다. 그 역시도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고, 결혼 후 꾸린 가정 살림도 여전히 여유로웠다. 하고 싶은 걸 못 한 적도 없었고, 인생에 걸림돌도 없었다는 그. 그야말로 참 살기 좋은 세상이라 여겼었다. 그러던 어느 날, 탄탄대로 달려온 인생에 생각지 못한 시련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얼굴색이 노랗게 변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검은 흙빛을 띠기 시작했고, 배는 남산만큼 부풀어 올라 발끝이 안 보일 정도였다. 서둘러 찾아간 병원에서는 ‘간암’이라고 했다. 남은 시간은 석 달. 머릿속이 새하얘질 만큼 아찔했다. 엎친 데 덮친 격, IMF로 그의 사업도 사정이 어려워졌다. 간암에 사업 실패, 몸과 돈을 잃고 나니 그의 인생에는 남은 게 없었다. 그는 그 길로 산으로 향했다. 남은 시간을 조용히 보내고 싶었기 때문. 가족 외에 주변 사람들과는 연락도 끊은 채 홀연히 떠났다. 모두 그가 죽은 줄로만 알았다. 그 역시 석 달 후면 세상과의 연이 다할 거라 여겼다.
그로부터 18년, 그는 오히려 지난날보다 더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매일 아침이면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데, 이끼 낀 물을 ‘살아있는 물’이라 말하며 쉴 새 없이 마시는 그. 지금껏 살 수 있었던 것 바로 이 물 덕분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는 살기 위해, 그리고 건강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아침마다 샌드백에 주먹을 날리며 20kg 짜리 역기를 들어 올리곤 산의 기운을 받으며 운동을 마무리한다. 깊은 산 속을 찾을 때도 구름버섯에 영지, 오갈피까지 주로 간에 좋은 것들만을 챙겨 온다. 즐겁게 살기 위해 한밤중에도 장구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남자. 건강을 위해 웃으려 하고, 건강해져 웃을 수 있게 된 자연인. 지금껏 그를 살게 한 건 자연 속에서 찾은 살 수 있다는 강한 믿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어제보다 오늘 더 건강한 삶을 즐기는 자연인 김익영 씨의 이야기. 그의 유쾌한 산골 살이는 오는 12월 3일 수요일 밤 9시 50분에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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