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 오늘도 그 뙤약볕을 고스란히 견디며 산을 오르는 승윤. 한참 산길을 걷다 “달영로”라고 한문으로 쓰인 팻말을 발견하자 마음이 더 바빠진다.
30분쯤 더 걸었을까? 맨발로 닭장을 청소하는 풍채 좋은 한 남자와 드디어 마주하게 되는데...그가 바로 155번째 자연인 김달영(64세)씨다.
‘계원’, ‘견장’ 이라는 독특한 문패를 써놓은 닭집과 개집, 관상용 호박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운치 있는 일명 ‘호박 터널’, 작은 국화들로 둘러쌓인 그의 비닐하우스까지...이 아기자기한 공간들이 바로 그가 5년 째 꾸며온 보금자리다.
하얀 수염에 다부진 몸까지 영락없는 상남자지만 그 투박한 손으로 못 만드는 요리가 없을 정도라는 게 그의 반전매력. 중국집 주방장에게 배웠다는 짜장면부터 어머니가 쓰시던 맷돌로 콩을 갈아 만든 비지찌개까지... 손맛은 보장한단다. 한적한 밤이면 젊은 날 배웠다는 붓글씨까지 쓰며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는데... 환갑이 다 돼서야 인생의 행복을 제대로 누리고 있다는 자연인. 과연 그가 산에 들어온 이유는 무엇일까?
6남매의 장남이자 종갓집 장손으로 태어난 자연인. 하지만 가난한 형편 탓에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 생활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는데... 나이도 어리고 배움이 짧았던 그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건축현장 일용직이나 유흥업소 허드렛일.. 그런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 바로 철거용역 일이었다.
“나쁘게 번 돈은 절대 내 돈이 안 돼
내가 그걸 절실히 느꼈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매달리며 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매일 돈을 버는 일, 하루에 천만원을 버는 날도 있을 정도로 돈벌이는 좋아졌지만 정작 하루도 다리 뻗고 잔 날이 없었단다. 그래서였을까? 자연인은 돈을 흥청망청 쓰기 시작했고, 돈만 보고 달려드는 사람들에게도 퍼주기 일쑤였다. 결혼 생활도 순탄할 리 만무했던 자연인, 두 번의 이혼까지 하게 되었고, 돈을 벌수록 오히려 그의 인생굴곡은 더 심해져갔다. 결국 죄책감 때문에 철거 용역일을 그만뒀지만 연이은 사업 실패와 지인들의 배신으로 마음의 상처까지 입게 된 자연인. 결국 그가 선택한 건 아버지의 산소가 있는 이 산이었다.
“남들이 그러더라니까. 처음에는 인상이 험악했는데
지금은 아주 선해 보인다고.”
독기 어렸던 자신의 인상까지 바꿔놓은 산. 그는 이곳에서 새로운 인생사를 쓰고 있다. 불안함과 상처로 가득했던 지난날의 아픔은 버리고 행복으로만 채워가는 인생 2막. 김달영 자연인의 달라진 인생 이야기는 오는 8월 26일 밤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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