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언론 "한국 정세 불안 속 중일관계 개선 모색"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중국과 일본이 인적 교류를 고리로 관계 안정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습니다.오늘(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외무상으로서는 약 1년 9개월 만에 중국을 방문해 어제(25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했습니다.
양측은 외교·방위 분야 고위 당국자 간 안보 대화를 개최하고, 내년 이른 시기에 왕 주임이 일본을 방문해 중일 고위급 경제 대화를 연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아울러 이와야 외무상은 외교장관 회담 후 개최된 '중일 고위급 인적·문화교류 대화'에서 중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완화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닛케이는 중일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이와야 외무상을 만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중국어로 바람직한 변화를 의미하는 단어인 '기상'(氣象)을 사용하며 내년에 중일 관계가 더 발전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고 분석했습니다.
신문은 "2020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본 국빈 방문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연기된 이후 중일 관계는 악화했다"며 "중국이 최근에 급속도로 일본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일본에 급격하게 다가가는 배경으로 경제 부진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복귀가 있다고 닛케이는 해설했습니다.
이어 "중국 입장에서 일본은 미국 다음의 무역 상대국으로, (중국이) 국민 상호 왕래를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며 중국은 일본과 관계 개선이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교섭 능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일본도 중국과 관계 안정은 트럼프 정권 출범 후에 불확실성이 커질 국제사회에서 중요하다"며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방위상을 지냈던 이와야 외무상이 중국과 충돌하지 않는 관계를 구축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이와야 외무상의 중국 방문에 대해 "트럼프 정권 재출범에 앞서 일본과 중국이 한 걸음씩 관계 개선으로 나아가는 형국"이라며 "왕 주임의 일본 방문이 조기에 실현되면 리창 총리를 초대하는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해설했습니다. 일본은 다음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입니다.
이어 이 신문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중국 방문과 시 주석의 일본 방문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외무성 간부는 아사히에 "정상과 외교장관의 상호 방문을 위한 킥오프(시작)"라고 말했습니다.
요미우리신문도 중국이 일본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중국 측에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트럼프 차기 정부에 대항해 중국은 자유무역과 공급망 보호라는 분야에서 일본과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신문은 "일본은 지금까지 민감한 중일 관계를 한중일 3개국 틀을 사용해 움직이려 했지만, 한국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양국 간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짚었습니다.
다만 일본 언론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해결해야 한 과제가 많고 양국 여론도 관계 개선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아사히는 양국 간 현안으로 중국 당국의 일본인 구속,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에 따른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중국의 해양 진출 강화 움직임과 대만 문제 등을 꼽았습니다.
이어 "내년은 중일전쟁이 끝난 지 80주년이 되는 해로 중국에서 반일 여론이 고조되기 쉽다"며 "이는 관계 개선 움직임에 찬물을 뿌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조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yeonjomai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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