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가 유로 2024 8강행에 성공한 가운데, 한 선수의 골 세리머니가 외교 갈등으로 이어졌습니다.
AP통신,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현지시간 2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튀르키예와 오스트리아의 16강전, 튀르키예 중앙 수비스 메리흐 데미랄(26‧알아흘리)은 후반 14분에 헤더 골을 넣었습니다.
이후 데미랄은 두 팔을 올리고 양손으로 '늑대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엄지와 중지‧약지를 모으고, 나머지 두 손가락은 곧게 핀 모습이 마치 늑대 옆모습 같았습니다.
이는 유럽에서 극단주의 민족주의 단체 '회색 늑대'의 인사법이기도 합니다.
'회색 늑대'는 터키 민족주의운동당(MHP)의 청년 그룹으로 시작됐습니다. 이들은 튀르키예 주류인 튀르크족을 제외한 쿠르드족과 유대인 등 다른 민족을 적으로 규정합니다.
MHP는 1960년대 창당 이후 수십 년 동안 좌파 단체를 상대로 한 폭력 행위에 연루돼 논란이 됐습니다. 이에 따라 프랑스에서는 '회색 늑대' 활동이 법적으로 금지됐고, 오스트리아에서는 데미랄이 선보인 회색 늑대 경례법을 금지했습니다.
독일에서는 아직 해당 손동작이 금지되지 않았지만, 독일 당국은 1만2천 명으로 추정되는 '회색 늑대' 회원들의 활동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경기 이후 독일 정치권에서는 데미랄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은 엑스(X)에 "튀르키예의 우익 극단주의 상징은 우리 경기장에 설 자리가 없다"며 "유로를 인종 차별의 장으로 이용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터키계 독일 정치인 셈 외즈데미르 연방 장관 역시 "데미랄의 손동작은 극우적이며, 테러, 파시즘의 상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논란이 된 데미랄의 행동에 대해 조사를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튀르키예 정치권은 "늑대 경례가 반드시 우익 극단주의 상징은 아니다"라며 반발했습니다.
튀르크족은 과거 중앙아시아에서 고난을 겪을 당시 늑대가 나타나 안전한 장소를 알려줬다고 해서 늑대를 신성하게 여깁니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대변인 오메르 셀릭은 "UEFA의 조사는 용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튀르키예 외무보도 "역사적, 문화적 상징을 사용한 것을 정치적 동기로 조사하고 있다"며 "독일 당국이 데미랄에게 보인 반응에는 외국인 혐오가 포함돼 있다"고 했습니다.
데미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튀르키예인이라는 게 매우 자랑스럽다"며 국가적 자부심을 느껴 순수하게 표현한 것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민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ma11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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