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대 최고 기온을 찍었던 올 여름 폭염 이야기(2023.7.30. - 중국 역대 최고 52도!…화염산이 불타올랐다!)에 이어 이번엔 겨울 강추위다.
이곳 중국은 이번 주 초부터 시작된 북극 한파가 주말 들어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헤이룽장성(黑龍江省) 다싱안링(大興安嶺)은 기온이 영하 45.1도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 지역 역대 최저 기온이 53.2도였으니, 이보다는 따뜻(?)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잘 와 닿지 않는 추위임에 분명하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뜨거운 물을 허공에 뿌리면 찬 공기와 닿자마자 바로 얼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중국 북동부 혹한지역 사람들은 포쉐이청빙(潑水成冰)이라고 하며 종종 자신의 SNS에 이런 영상을 올리곤 한다.
지난달엔 중국 광둥성(廣東省) 후이저우(惠州)를 다녀왔다. 11월 중순이었는데, 한낮엔 기온이 영상 30도를 웃돌고 햇볕이 너무 따가워 선글라스를 껴야만 했다. 해변에선 아직도 바닷물에 뛰어들어 해수욕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꽤 보였다. 기자도 날이 너무 더워 반 팔 차림으로 일정을 소화해야만 했다.
출장을 마치고 그날 저녁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추워서 가방에서 바로 외투를 꺼내 입어야만 했다.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질 정도로 쌀쌀한 늦가을 찬바람을 맞으니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음을 느꼈다. 신기했다. 아침엔 한여름, 저녁엔 초겨울이라니.
지인이 하는 말이 참 와 닿았다.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같은 땅이 엄청나게 넓은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이해하기 힘든 말이 있다고 한다. 바로 일기예보 시간에 “전국이 대체로 맑은 날씨입니다”라는 말이란다.
그 사람들에게는 전국의 개념은 그야말로 넓디넓은 천하의 개념. 같은 날이라고 전국이 같은 날씨를 보이는 경우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니 이런 표현을 이해 못하는 건 당연할 터.
실제로 광둥성에서 돌아온 직후에 TV에서 일기예보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 하는 탄성을 내질렀다. 그날 중국의 날씨를 알려주는 지도가 그려진 상황판에 북쪽에서부터 남쪽까지 겨울(冬)-가을(秋)-봄(春)-여름(夏)의 4계절이 한 장면에 표시되는 것이 아닌가!
한편으론 부러웠다. 내가 직접 그렇게 여름과 겨울을 같은 날 동시에 경험한 뒤로 정말로 땅이 넓은 나라들이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40여 년을 살아오면서 나의 머릿속엔 어느 순간부터 한 나라의 날씨는 대부분 지방에서 항상 같을 거라는 생각이 박혀 있었다.
물론 큰 나라의 경우 지역마다 기후가 다르다는 걸 모른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아무 생각 없이 이동할 때는 한 나라니까 당연히 날씨가 비슷할 거라는 무의식이 나를 지배하면서 이를 직접 체감했을 때는 순간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넓은 땅 때문에 생기는 재미있는 일은 또 있다. 바로 한 나라 안에서 존재하는 다양한 시간대이다. 그런데 이 시차를 적용하는 방식이 지구촌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G2, 미국과 중국이 전혀 다르다.
먼저 미국을 보면, 동부와 서부를 각각 대표하는 뉴욕과 LA는 3시간이 차이가 난다. 미국에선 자연스럽게 두 도시가 다른 시간대를 쓴다. 즉, 뉴욕 사람들이 출근할 때 LA 사람들은 이제 막 잠자리에서 일어날 것이다. 하와이는 아직 한밤중일 것이고 말이다. 공식적인 일정에선 헷갈릴 수 있으니 꼭 표기를 한다. ‘동부시간 기준 몇 일 몇 시’ 이런 식으로 말이다.
중국은 그렇지 않다. 전 국토를 하나의 시간대로 통일시켰다. 즉, 앞서 언급한 최북단 다싱안링이나 수도 베이징, 서쪽 끝 신장위구르자치구까지 모두 통일된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동부와 서부에 대도시들이 골고루 퍼진 미국과 달리 중국은 동부해안에 인구와 경제권이 집중적으로 몰려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고, 한편으론 사회주의 정치체제 아래서 통치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는 말도 있다.
문제는 이런 표준 시간으론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는 데 있다. 가령 중국 서부와 비슷한 위치의 다른 국가 도시들은 베이징보다 2~3시간이 느리다. 겨울철 베이징은 오후 5시가 넘어서면 어두컴컴해지지만, 신장지역은 여전히 해가 쨍쨍한 시간인데도 시계는 오후 5시를 가리키니 퇴근을 하고 저녁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생활이 가능할 수는 없다. 때문에 베이징과 시간대가 다른 지역에서는 현지 생활용 시계를 하나 더 걸어두고 평소 생활은 그 시계에 맞춰서 지내고 공식적인 일정은 표준시간을 적용해서 처리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런 웃지 못 할 상황조차 한편으론 부러웠다. 넓은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다양한 경험을 자라면서 수시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그만큼 사고의 폭이 넓고 다양해질 수 있는 토양을 부여받은 것과 같다. 다른 것이 같은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그런 현상들을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사람들이 정말 부러웠다. 우리나라의 자라나는 미래 세대들이 이런 넓은 세상을 꼭 어릴 때 경험해보고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석정 베이징 특파원]
이곳 중국은 이번 주 초부터 시작된 북극 한파가 주말 들어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헤이룽장성(黑龍江省) 다싱안링(大興安嶺)은 기온이 영하 45.1도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 지역 역대 최저 기온이 53.2도였으니, 이보다는 따뜻(?)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잘 와 닿지 않는 추위임에 분명하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뜨거운 물을 허공에 뿌리면 찬 공기와 닿자마자 바로 얼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중국 북동부 혹한지역 사람들은 포쉐이청빙(潑水成冰)이라고 하며 종종 자신의 SNS에 이런 영상을 올리곤 한다.
11월 중순에 북쪽엔 첫눈과 혹한…남쪽은 한여름 날씨
지난달엔 중국 광둥성(廣東省) 후이저우(惠州)를 다녀왔다. 11월 중순이었는데, 한낮엔 기온이 영상 30도를 웃돌고 햇볕이 너무 따가워 선글라스를 껴야만 했다. 해변에선 아직도 바닷물에 뛰어들어 해수욕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꽤 보였다. 기자도 날이 너무 더워 반 팔 차림으로 일정을 소화해야만 했다.
출장을 마치고 그날 저녁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추워서 가방에서 바로 외투를 꺼내 입어야만 했다.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질 정도로 쌀쌀한 늦가을 찬바람을 맞으니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음을 느꼈다. 신기했다. 아침엔 한여름, 저녁엔 초겨울이라니.
11월 중순인데 중국 남부는 작렬하는 태양과 물놀이를 하는 피서객들로 여전히 한여름이다. / 사진 = MBN 촬영
광대한 영토에 다양한 기후…“전국이 대체로 맑다는 게 무슨 뜻이죠?”
지인이 하는 말이 참 와 닿았다.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같은 땅이 엄청나게 넓은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이해하기 힘든 말이 있다고 한다. 바로 일기예보 시간에 “전국이 대체로 맑은 날씨입니다”라는 말이란다.
그 사람들에게는 전국의 개념은 그야말로 넓디넓은 천하의 개념. 같은 날이라고 전국이 같은 날씨를 보이는 경우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니 이런 표현을 이해 못하는 건 당연할 터.
실제로 광둥성에서 돌아온 직후에 TV에서 일기예보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 하는 탄성을 내질렀다. 그날 중국의 날씨를 알려주는 지도가 그려진 상황판에 북쪽에서부터 남쪽까지 겨울(冬)-가을(秋)-봄(春)-여름(夏)의 4계절이 한 장면에 표시되는 것이 아닌가!
한편으론 부러웠다. 내가 직접 그렇게 여름과 겨울을 같은 날 동시에 경험한 뒤로 정말로 땅이 넓은 나라들이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40여 년을 살아오면서 나의 머릿속엔 어느 순간부터 한 나라의 날씨는 대부분 지방에서 항상 같을 거라는 생각이 박혀 있었다.
11월 중순 중국의 일기예보. 중국에선 이 무렵이면 종종 봄여름가을겨울이 한날한시에 나타나곤 한다. / 사진 = CCTV 방송 캡처
물론 큰 나라의 경우 지역마다 기후가 다르다는 걸 모른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아무 생각 없이 이동할 때는 한 나라니까 당연히 날씨가 비슷할 거라는 무의식이 나를 지배하면서 이를 직접 체감했을 때는 순간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한 나라 안에서도 다른 시간대…이를 대하는 미국과 중국의 차이
넓은 땅 때문에 생기는 재미있는 일은 또 있다. 바로 한 나라 안에서 존재하는 다양한 시간대이다. 그런데 이 시차를 적용하는 방식이 지구촌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G2, 미국과 중국이 전혀 다르다.
먼저 미국을 보면, 동부와 서부를 각각 대표하는 뉴욕과 LA는 3시간이 차이가 난다. 미국에선 자연스럽게 두 도시가 다른 시간대를 쓴다. 즉, 뉴욕 사람들이 출근할 때 LA 사람들은 이제 막 잠자리에서 일어날 것이다. 하와이는 아직 한밤중일 것이고 말이다. 공식적인 일정에선 헷갈릴 수 있으니 꼭 표기를 한다. ‘동부시간 기준 몇 일 몇 시’ 이런 식으로 말이다.
중국은 그렇지 않다. 전 국토를 하나의 시간대로 통일시켰다. 즉, 앞서 언급한 최북단 다싱안링이나 수도 베이징, 서쪽 끝 신장위구르자치구까지 모두 통일된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동부와 서부에 대도시들이 골고루 퍼진 미국과 달리 중국은 동부해안에 인구와 경제권이 집중적으로 몰려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고, 한편으론 사회주의 정치체제 아래서 통치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는 말도 있다.
문제는 이런 표준 시간으론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는 데 있다. 가령 중국 서부와 비슷한 위치의 다른 국가 도시들은 베이징보다 2~3시간이 느리다. 겨울철 베이징은 오후 5시가 넘어서면 어두컴컴해지지만, 신장지역은 여전히 해가 쨍쨍한 시간인데도 시계는 오후 5시를 가리키니 퇴근을 하고 저녁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생활이 가능할 수는 없다. 때문에 베이징과 시간대가 다른 지역에서는 현지 생활용 시계를 하나 더 걸어두고 평소 생활은 그 시계에 맞춰서 지내고 공식적인 일정은 표준시간을 적용해서 처리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런 웃지 못 할 상황조차 한편으론 부러웠다. 넓은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다양한 경험을 자라면서 수시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그만큼 사고의 폭이 넓고 다양해질 수 있는 토양을 부여받은 것과 같다. 다른 것이 같은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그런 현상들을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사람들이 정말 부러웠다. 우리나라의 자라나는 미래 세대들이 이런 넓은 세상을 꼭 어릴 때 경험해보고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석정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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