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해온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의 아들이 바그너 용병단에 합류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6개월간 복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과거 병역거부로 논란을 빚은 전력 등으로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의 아들 니콜라이 페스코프(33)는 친정부 성향 러시아 일간지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와의 인터뷰에서 6개월간 바그너 용병단의 포병으로 복무했으며 용맹하게 싸운 공로로 훈장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싸운 것에 대해 "그건 내 의무였다. 친구들과 다른 사람들이 그곳(전장)으로 가는 것을 한편에 앉아서 지켜볼 수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별군사작전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지만 어떻게 가야 할지 정보가 없어 아버지를 통해 용병회사와 연락을 취해 도움을 받았다"면서 "아버지는 나를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았고 옳은 결정을 했다고 말해줬다"고 전했습니다.
특별군사작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니콜라이는 자신이 크렘린궁 고위직의 아들임을 다른 바그너 용병들이 알지 못하도록 가짜 신분증을 사용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도 최근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페스코프 대변인의 아들이 다른 용병들과 3주간 훈련받은 뒤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지역에서 우라간 다연장 로켓포 부대원으로 복무했다고 밝혔습니다.
프리고진은 또 페스코프 대변인이 "니콜라이를 흙밭, 똥밭에서 구르는 단순 포병으로 데려가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의 전화회의에서 아들이 "특별군사작전에 참여했다"고 말했지만 더 자세한 설명은 거절했습니다.
러시아 매체들의 보도 내용만으로는 정부 최고위 인사의 아들이 솔선수범해 전장에서 복무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주장이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가디언 등은 지적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9월 총동원령이 내려졌지만 고위 관리나 유력자들의 아들은 병역을 기피하는 경우가 흔해 반감을 사고 있습니다.
니콜라이도 앞서 '아빠 찬스 병역거부' 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그는 지난해 9월 동원령 직후 러시아 야권 성향의 유튜브 채널이 징병 대상이라고 가짜로 통보하는 전화를 걸자 자신의 성이 '페스코프'라고 강조하면서 "다른 수준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해 아버지의 영향력을 이용해 병역을 거부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니콜라이가 이때의 논란을 무마하기 위해 복무했을지 아니면 자발적으로 전장에 갔는지는 불분명하다고 가디언과 더타임스는 전했습니다.
복무가 아예 거짓말일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러시아의 탤레그램 기반 독립채널(VChK-OGPU)은 니콜라이가 우크라이나에서 복무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간 그의 차량이 여러차례 과속 단속에 걸렸다고 보도했습니다.
니콜라이는 페스코프 대변인과 첫째 부인 소생의 아들입니다.
더타임스는 니콜라이의 인스타그램에 그가 고급 외제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거나 말을 타고 스틱으로 골을 넣는 귀족 스포츠인 폴로를 즐기고, 일등석이나 전용기를 타고 여행하는 모습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은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oheunchae_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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