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음모론 이후 이주민 적대 분위기 고조
불안해진 사하라 이남 출신 이민자들 위험한 항해 늘어
불안해진 사하라 이남 출신 이민자들 위험한 항해 늘어
깊어진 경제난 속에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출발한 유럽행 불법 이민선 사고가 잇따르면서 지중해 해변 도시의 시체 안치소가 밀려드는 시신들을 처리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오늘(31일) 튀니지 국영 뉴스 통신사인 튀니지아프리카프레스(TAP) 등에 따르면, 튀니지 동부 항구도시 스팍스 병원의 시체안치소에는 최근 수용 한도를 넘어서는 수의 시신들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인근 해상에서 불법 이민선 사고와 이로 인한 희생자 수가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이후 선박 사고로 사망해 스팍스시 공동묘지에 묻힌 아프리카 이주민만 800명이 넘습니다.
튀니지는 최근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가려는 아프리카 이민자들의 주요 출발지가 됐습니다.
유엔에 따르면 올해 튀니지를 떠나 이탈리아 해안에 도착한 이민자는 최소 1만2천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천300여명)보다 10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아프리카 이민자들의 또 다른 유럽행 출발지였던 리비아가 이민자 단속을 강화하면서 튀니지에는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이 더 몰리게 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이 노골적인 이민자 혐오 발언을 내놓으면서 이민자들의 불안감은 한층 깊어졌습니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아프리카 남부에서 대규모로 이민자가 유입되는 것이 자국의 “인구 구성을 바꾸려는 음모”라고 비난했습니다. 이후 튀니지에서 이민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갑작스러운 폭력에 내몰렸습니다.
튀니지 주민들 사이에 이민자를 적대하는 분위기가 고조되자, 불법 이민선을 타고서라도 튀니지를 탈출하려는 이민자들이 급증했습니다.
지중해를 무사히 건너지 못한 채 선박 사고로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 사례도 급증했습니다. 사고 선박 탑승자들은 대부분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불안감에 사로잡힌 이민자들은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며 국제사회에 호소했습니다.
튀니지 수도 튀니스의 유엔난민기구(UNHCR) 사무소 앞 시위에 참여한 수단 출신 이민자 바시르 유세프 알라치드는 AP 통신에 "튀니지에 5년이나 있었지만 망명이 허용돼 튀니지를 떠나는 걸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어 "튀니지에서 우리는 보호받지 못한다.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 튀니지 정부 등이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 온 흑인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며 "안전한 다른 나라로 피신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했습니다.
[김가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ke3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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