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에서 가슴 철렁한 일이 있었다. 러시아 전투기가 영국 정찰기를 격추할 뻔했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흑해 상공을 날던 영국의 비무장 정찰기 근처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미사일을 발사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월러스 장관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지난달 29일 흑해 상공의 국제 공역에서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며 "영국은 이를 '고의적인 긴장 고조 행위'로 보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월러스 장관은 "비무장한 영국 RC-135 리벳 조인트 정찰기가 일상적인 정찰 임무 수행 중 무장한 SU-27 전투기 두 대와 조우해 추적 비행을 당했다"며 "이 과정에서 SU-27기 중 한 대가 리벳 조인트의 비가시권 근거리에서 미사일 한 발을 발사했다"고 언급했다.
월러스 장관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에게 서신을 보내 우려를 전달했다. 이에 쇼이구 장관은 지난 10일 조사 결과 러시아 전투기에서 '기술적 오작동'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답신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사건 이후 흑해 상공의 정찰이 일시 중지됐다가 재개된 이후에는 전투기들이 정찰기를 호위하고 있다"며 "더 악화하지 않은 것은 우리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운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월러스 장관은 특히 "이번 사건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국의 지원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을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는 지난 18일 태평양에서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무력 시위를 펼치는 등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95MS 2대가 태평양과 베링해, 오호츠크해 상공을 12시간가량 비행했다고 밝혔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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