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8개월째 접어든 가운데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국제 미인대회에 참가한 우크라 대표와 러시아 대표가 같은 방을 배정받아 우크라 측에서 거세게 항의했다고 영국 데일리스타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데일리스타에 따르면 국제 미인대회인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에 우크라이나 대표로 참가한 올가 바실리브는 러시아 대표 에카테리나 아스타셴코바와 같은 방을 쓰게 됐다.
이에 올가는 주최측에 즉시 항의했다.
올가는 지난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내가 침략국가에서 온 사람과 함께 지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 화가 났다"며 "심적으로도 고통스러웠다"고 적었다. 이어 "평화와 사랑, 우정을 지지하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내 형제자매를 고통스럽게 한 사람들을 위해 그런 단어를 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올가는 입장문을 올린 바로 다음날이 되서야 새 방을 배정받았다.
사진 왼쪽 우크라 대표 올가. [사진출처 = 인스타그램]
이에 올가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지지해준 네티즌들에게 '감사하다'며 새 방을 받은 데 많은 도움이 됐다는 글을 올렸다.러시아 대표 에카테리나도 방 배정 문제와 관련,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 역시 가족들이 우크라이나 출신"이라며 "나는 가족 중 유일하게 러시아에서 태어났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나 역시 우정과 사랑, 세계 평화를 침해하는 어떤 방식의 증오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열리는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은 70개 이상의 국가에서 열린 대회 우승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대회이다. 대한민국 대표도 참가했다.
지난해에는 태국에서 열렸으며 당시 미얀마 대표 한 레이가 무대에 나와 자국의 군부를 비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레이는 무대에 올라 군부에 탄압받는 미얀마인을 도와달라며 "오늘도 군부의 총에 맞아 100명 이상의 미얀마인이 숨졌다"고 호소했다. 발언 도중 눈물을 참으며 말을 잇지 못했고, 마이클 잭슨의 명곡 '힐 더 월드'를 수화와 함께 부르는 모습으로 전 세계에 깊이 각인됐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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