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조지 왕자(9)와 샬럿 공주(7)가 19일(현지시간) 증조 할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마지막 배웅길인 장례식에서 '최연소 애도자'로서 의연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검은색 정장을 입고 검은색 네타이를 맨 조지 왕자와 검은색 드레스 차림에 모자를 쓴 샬럿 공주가 이날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치러진 증조모 장례식에서 아버지 윌리엄 왕세자, 어머니 캐서린 왕세자빈과 함께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윌리엄 왕세자에 이어 왕위 계승 서열 2~3위가 된 남매가 일종의 상주 역할을 한 것이다.
과거 영국 국왕의 국장에서는 증손주는 커녕 손자조차도 공식적인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샬럿 공주의 경우는 수백년간 지속된 남성 중심의 영국 왕위 계승 규정이 2013년 연장자순으로 개정된 뒤 여성 왕위계승 후보로는 처음으로 여왕 장례식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이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이 보이는 앞쪽에 앉았다. 조지 왕자와 샬럿 공주는 '주는 나의 목자'를 함께 불렀다.이 노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947년 필립 공과 결혼할 때 울려퍼진 노래다.
캔터베리 대주교는 "여왕을 잃은 슬픔은 가족 뿐 아니라 영연방, 세계가 느낀다"고 강조했다.
반면 왕실과 결별을 선언한 해리 왕자는 형인 윌리엄 왕세자와 거리를 두고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형제는 할머니의 서거를 계기로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10일 윈저성 앞에 모여 추모객을 만났다.
그러나 형제는 복장부터 달랐다. 윌리엄 왕세자는 국왕이 된 아버지 찰세 3세처럼 예복을 갖춰 입었으나, 해리 왕자는 일반 정장 차림이었다. 배우자인 캐서린 왕세자빈과 메건 마클 왕자빈도 서로 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에 가디언은 이들은 불필요한 관심을 받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두 사람 사이의 화해는 아직 요원하다고 분석했다.
앞서 해리왕자와 결혼한 메건 마클 왕자비는 지난해 3월 미국 CBS 방송에서 방영된 오프라 윈프리와의 독점 인터뷰에서 영국 왕실을 떠나 미국에 정착하게 된 배경에 대해 밝혔다.
마클 왕자비는 당시 인터뷰에서 "곤경에 처해 자살까지 생각했었다"며 "왕실로부터 보호 받지 못한 채 침묵하고 지내야 했다"고 밝혔다. 또 왕실이 '피부색'을 이유로 내 아들 아치를 왕자로 만들기를 원치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정신 건강문제에 대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2019년 5월 출산한 아들 아치와 관련해서는 "피부색이 얼마나 어두울지 에 대한 우려의 대화들이 오고 갔다"며 "아치를 왕자로 만들기를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영국 왕실은 "우리 가족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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