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렙코, 우크라 침공 이후 미국서 퇴출…유럽 공연장 안팎선 시위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조국 러시아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양쪽에서 외면받고 있습니다.
어제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뉴욕 메트로폴리탄(메트) 오페라에서 퇴출당한 네트렙코가 최근 미국 무대 복귀를 추진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넵트렙코를 퇴출한 메트는 복귀 조건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종식과 네트렙코의 진심 어린 반성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걸었습니다. 피터 겔브 메트 총감독은 '우크라이나를 위한 자선공연'을 반성의 예로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네트렙코가 푸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제안입니다.
이에 따라 네트렙코는 뉴욕의 카네기홀과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뉴욕 필하모닉과 접촉해 미국 복귀 무대를 제안했지만, 긍정적인 반응이 없는 상황입니다.
뉴욕 필하모닉 측은 "지금까지 별다른 인연이 없었던 네트렙코와 굳이 지금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야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클래식계가 최고의 스타로 군림했던 네트렙코에게 등을 돌린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그가 보인 이중적 태도 때문입니다.
네트렙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라는 여론에 전쟁 반대 메시지를 자신의 SNS에 올렸습니다. 그러나 그는 "예술가나 공인에게 조국을 비판하고 특정한 정치적 의견을 내세우라고 압력을 넣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글을 덧붙였습니다.
2008년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 인민예술가상(PAR)을 받은 네트렙코 모습. / 사진=연합뉴스
또한 그는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에 대해 "눈먼 침략자만큼 사악하다"라는 표현을 써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한편 지난 3월 초 자신의 음반을 발매하는 독일의 레코드회사 도이체 그라모폰의 경영진에 푸틴이 나오는 TV 화면 앞에서 술잔을 든 사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푸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네트렙코는 이달 발간된 독일 디자이트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아직 러시아의 대통령이고, 난 아직 러시아 국민"이라며 "러시아 국민은 누구도 푸틴을 비판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뿐 아니라 이탈리아와 독일, 스위스 등에서도 연이어 공연이 취소되자 네트렙코의 심경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위기에 처한 유명인들을 위한 홍보회사를 고용했고, 자신을 퇴출한 메트에 대해서는 노동계약과 관련한 민원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클래식 음악계의 대표적인 친(親) 푸틴 인사인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기획한 러시아 공연을 취소하고, 자신의 SNS에서 정치에 대한 발언을 멈췄습니다.
또 그는 지난 3월 말에는 "난 푸틴을 몇 번 만났을 뿐"이라며 푸틴과 거리를 두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 정치권에선 네트렙코를 향해 '반역자'라는 비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나 네트렙코. / 사진=연합뉴스
네트렙코는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파리와 모나코 등에서 공연을 재개했지만, 공연장 주변에서의 시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네트렙코는 국제무대 활약을 위해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하고 현재 빈에 거주 중입니다.
하지만 러시아 국적도 보유한 이중국적일 뿐만 아니라 그동안 푸틴 지지를 여러 차례 밝혀 왔습니다. 앞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침공 및 합병 당시 그는 "정치와 예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내면서도 당시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을 지원하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앞서 네트렙코는 푸틴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적도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여러 차례 네트렙코와 함께 있는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지난해 네트렙코 50번째 생일 기념 콘서트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치르도록 한 바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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