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주민들, 러 원전 공격에 '인간 바리케이드'로 맞서

자포리자 원전, 폭발 시 체르노빌 사고 10배 규모 위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를 공격한 가운데, 앞서 원전 폭발이라는 대재앙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인간 바리케이드'를 만들며 대항한 사실이 전해졌습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4일(현지 시각) 새벽 우크라이나 남동부 에네르호다르에 위치한 자포리자 원전이 러시아군에 의해 공격당했다며 "상대가 원전의 모든 방면을 공격 중이고 이미 불이 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15기 중 6기를 보유한 대규모 원전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원전이 전체 발전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러시아가 장악할 시 매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이 원전은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원전으로 폭발할 경우 1986년 체르노빌 사고 규모의 10배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피해 우려가 큰 만큼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 지역 주민들 사이 긴장감도 고조돼 왔습니다. 지난 2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 주변 지역을 장악했다고 통보해왔다"고 알렸습니다.



이에 주민들은 저항하기 위해 의기투합했고 곧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주민들은 손을 잡고 똘똘 뭉쳐 원전으로 가는 길목을 봉쇄했습니다. 바로 '인간 바리케이드'를 만든 것입니다. 또한 대형 트럭과 승용차, 쓰레기 수거차, 타이어 더미, 모래주머니 등도 입구를 막는 데 이용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주민들이 만든 인간 바리케이드의 길이는 1km에 달했고 위성 지도에 포착될 정도였습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이를 보도하며 "민간인들의 활약으로 우크라이나가 자포리자 원전을 지켜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발생한 화재로 훈련용 건물과 실험실이 피해를 봤지만, 원전의 안전은 확보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원전 대변인은 "배후 지역 등의 방사선 수치는 변함이 없다"고 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