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9·11테러 이후 알카에다를 옹호하며 '레이디 알카에다'로 불려
2008년 뉴욕 공격 메모 소지로 체포돼 심문
1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의 유대교 회당(시나고그)에서 벌어진 인질극의 용의자가 석방을 요구한 파키스탄 여성 과학자는 '레이디 알카에다'로 불리는 아피아 시디키(49)였습니다. 그는 2010년 미군 공격 및 살해 혐의로 86년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입니다.2008년 뉴욕 공격 메모 소지로 체포돼 심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시디키가 오랫동안 이슬람 무장세력 집단 내부에서 빈번하고 석방 요구가 제기되며 큰 관심사가 돼온 인물이라고 보도했습니다.
WP는 성공한 과학자로서의 안락한 삶을 버리고 테러리즘의 길을 선택한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며, '레이디 알카에다'로 잘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대표적인 이슬람 테러단체인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밝혀진 지난 2001년 미국 9·11테러를 이스라엘의 음모에 의한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는 등 알카에다를 옹호하며 '레이디 알카에다'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시디키는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생물학 학위, 브랜다이스대학에서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는 결혼하여 세 자녀를 두고 보스턴 지역에서 살고 있었으나, 2001년 9·11테러 이후 남편과 헤어져 자녀들을 데리고 파키스탄으로 돌아갔습니다.
아피아 시디키의 사진을 들고 석방을 요구하는 파키스탄 카라치의 시위대. / 사진 = 연합뉴스
2010년 재판 때 공개된 정신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시디키는 미국에 계속 머물면 자녀들을 강제로 데려가 기독교도로 개종할 것이라는 공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보고서는 시디키의 생각이 음모론적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고, 망상 같은 신념도 갖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시디키는 2008년 뉴욕의 몇몇 지점에 대량 사상자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한 공격의 잠재적 표적들이 적힌, 메모를 소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아프가니스탄 경찰에 체포돼 심문을 받았습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과 군인들의 심문이 진행될 때 시디키는 한 병사의 소총을 잡아 이를 발사했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시디키는 2010년 미국 정부 관리들에 대한 살인 미수 혐의, 미국 경찰과 관리에 대한 폭행 혐의 등으로 86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교도소에 수감 중입니다. 포트워스는 이번 인질극이 벌어진 콜리빌 인근 지역입니다.
앞서 2013년 23명의 인질이 사망한 알제리 천연가스 공장 인질극 때는 인질범인 이슬람 무장세력이 시디키와 세이크 오마르 압둘 라흐만의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세이크 오마르 압둘 라흐만은 1993년 세계무역센터(WTC) 폭파 모의 사건의 배우로 체포됐습니다.
이스라엘의 비영리 싱크탱크 '국제대(對)테러활동연구소'(ICT) 사무국장 보아즈 가노는 시디키를 아주 독특한 인물이라고 설명하며 "우리가 아는 것은 그가 대단히 지적인 테러리스트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지난 15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오전 10시부터 예배가 진행 중이던 미국 텍사스주 콜리빌의 '베스 이스라엘 선교회' 시너고그에 들어가 랍비를 포함한 4명을 붙잡아 인질극을 벌였습니다. 오후 5시쯤 인질 중 남성 한 명이 풀려났고, 밤 9시쯤 인질구조팀(HRT)이 투입돼 나머지 인질 3명을 구출했습니다.
경찰은 이날 밤 기자회견을 통해 인질범은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AP 통신은 범인이 인질극을 벌이며 아피아 시디키의 석방을 요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