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주의는 마법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뉴욕타임스 사설)
"2015년 트럼프가 자신의 빌딩에서 내려와 (백악관에 입성한 뒤) 많은 것들을 성취했다. 우리는 이제 그가 영예롭게 (바이든의 승리를) 수락하기를 희망한다."(월스트리트저널 사설)
7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보도가 터져나오자 뉴욕과 워싱턴 등 주요 도시에서 지지자들이 광장에 몰려나와 환호했다. 반면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유력 매체 편집위원회는 일제히 엄중한 목소리를 담은 사설을 내고 바이든 당선자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중대한 도전 과제와 결단의 시간이 도래했음을 환기시켰다.
먼저 NYT는 '결국 승리가 바이든에게 돌아갔다'는 제목의 편집위원회 사설에서 바이든 당선자에게 현재 당면한 미국의 위기 상황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지난 4년 간 미국이 더 분열되고 가난해졌으며 병들었다고 진단하며, 여기에는 구조적 인종차별과 의료시스템의 취약성, 이민정책 문제 등이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당면한 도전에 대해 바이든 당선자가 '크게 생각하고'(big thinking), '과감하게 행동을 취해'(bold action) 이를 극복할 것임을 미국민들에게 약속한 점을 환기시켰다.
사설은 "공화당이 (이번 대선을 통해) 다수당이 돼 회의장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고, 현재의 정치 풍토는 (올드보이 정치인인 바이든에게) 50년 전, 심지어 수 년 전과도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며 "(국민들에게 약속한) 자신의 정책 우선순위를 지키기 위해 바이든은 과감히 싸울 각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 통치 기간 동안 그의 메시자가 수 천 만명의 미국인들에게 반향을 일으켰음을 언급하며 "트럼프주의는 마법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지지자들은 새 정부를 약화시키는 새로운 저항을 모색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NYT 편집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휘청거렸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부서지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취약성을 노출했지만 반대로 강인함도 확인시켰다"며 "바이든 당선자는 (이런 도전 상황에서) 미국의 민주주의 기반을 보호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신념을 복구하는 데 기여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화당을 향해 "(대선 패배로) 정치적 허무주의(political nihilism)에 빠져버릴 것인지, 아니면 다시 일어나 당면한 도전에 대처할 것인지 결단해야 한다"고 외쳤다.
WSJ 편집위원회는 NYT 편집위원회와 다른 각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하며 우회적으로 대통령의 용단을 촉구했다.
이 신문은 '대통령 선거전의 종료(endgame)’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만약 바이든 후보가 모든 불복 절차에서 270명 이상 선거인단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트럼프 타워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이기며 백악관에 입성한 뒤) 대단히 많은 것들을 성취했다"라며 "그는 이번 대선에서 패색이 짙었음에도 강력한 역량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 이번 대선에서 다수당이 되는 데 기여를 했고, 급진적 진보 어젠다에서 자신이 미국을 구했음을 마땅하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 편집위원회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패배 수용을 거부한다면 이는 트럼프 자신이 이룬 업적을 크게 깎아내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설은 "미스터 트럼프는 지는 것을 싫어하고 의심할 여지가 없이 끝까지 투쟁을 할 것이다. 그러나 패배가 다가올 때 그는 미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영예롭게 하고 위엄 있게 백악관을 빠져나가는 방식으로 그 자신과 미국에 봉사할 것"이라며 우회화법으로 그에게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환기시켰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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