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병원 밖 자신의 지지자들을 만나기 위해 즉흥적인 차량 퍼레이드를 선보이자 이를 두고 코로나19 방역규칙을 어겼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외신들은 대통령의 무책임한 행동에 의료전문가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으며 "이건 미친 짓"이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내 의료전문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행동을 두고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으며 정치극을 위해 수행원의 목숨을 위태롭게 했다'고 지적하며 경악했다"고 보도했다. 비판의견을 낸 의료진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치료를 받고있는 월터 리드 군병원 소속 의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코로나19 치료를 받고 있는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병원을 갑작스럽게 외출해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을 만났다. SNS계정을 통해 "거리에 나와있는 애국자들에게 작은 서프라이즈 선물이 있을 것"이라고 알린 직후였다. 퍼레이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SUV에 탑승했으며 차량에는 비밀경호국(SS) 요원 두 명이 동승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필립스 조지워싱턴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날 트위터에 "불필요한 대통령 행차로 인해 차량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14일간 격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들은 정치극에 동원됐다는 이유로 죽을 수도 있다. 트럼프가 연출을 위해 그들에게 목숨을 걸라고 지시한 것"이라며 "이건 미친 짓"이라고 분노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량 내부에서 마스크를 썼지만 마스크 착용은 확산방지에 도움을 줄 뿐 완벽한 차단책이 아니라는 우려도 크다. 사드 오메르 예일대 글로벌헬스연구소 국장은 "마스크가 도움은 되지만 (바이러스가) 뚫을 수 없는 무적은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조나단 라이너 조지워싱턴대 심장전문의 교수 또한 "무책임의 극치"라는 맹비난을 날렸다고 WP는 전했다.
논란이 일자 백악관은 "병원의 허락을 받고 실시한 일"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저드 디어 백악관 부대변인은 "의료진이 안전하다는 판단을 내려 진행했다"며 "개인보호장비(PPE)를 포함해 적절한 예방조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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