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남미 대륙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주말 페루 수도 리마에서 몰래 파티를 즐기던 사람들이 클럽에 들이닥친 경찰을 피해 도망치다가 줄줄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방역 규칙을 어겨 체포된 사람들 중 대다수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23일(현지시간) 현지 신문 페루21 등에 따르면 전날 밤 경찰이 수도 리마의 로스 올리보스 지역 소재 토마스 레스토바르 디스코 클럽에 긴급 방역 단속에 나선 결과 단속을 피해 도망친 청년 최소 13명이 사망했다. 당국에 따르면 22일 저녁 파티를 즐기던 120여명이 한꺼번에 자리를 피하려하면서 극심한 혼란이 발생했고, 이들 중 20~30대 여성 12명과 남성 1명은 유일한 입구이자 출구인 문을 통해 달아나려다 문과 계단 통로에 갇혀 사망했다. 단속에 투입된 경찰 3명을 포함해 최소 6명도 부상당했다.
정부의 방역 지침을 어기고 파티를 연 클럽 사장은 체포됐다. 23일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은 보건 당국을 인용해 "경찰에 붙잡힌 23명 중 15명이 코로나 19 양성 반응을 보였다"면서 "지난 12일 부로 강화된 방역을 꼭 지켜달라"고 밝혔다. 내무부는 성명을 내고 "경찰은 단속 과정에서 최루가스나 총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단속 투입 경찰 50여명에 대해서도 진단 테스트를 했다고 발표했다. 내무부 발표는 경찰이 현장에서 최루가스를 사용하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한 희생자 가족들의 불만에 대한 반응이다.
경찰이 주말 기습 단속에 나선 것은 최근 페루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바이러스가 다시 유행하자 페루 정부는 지난 12일 부로 클럽이나 식당·바는 물론 가족 모임도 금지했다. 페루는 코로나19가 중남미 대륙에 상륙한 지난 3월, 인근 국가들 중 가장 먼저 봉쇄령을 내리며 방역을 강화해왔고 사태가 잠잠해지자 정부가 5월 부로 '단계적 정상화'를 선언한 바 있다. 다만 이를 방역 제한 해제로 받아들이거나 방역 자체에 불만을 품은 일부 시민들이 주말에 몰래 클럽에서 파티를 여는 식으로 대규모 모임을 즐기면서 다른 시민들이 오히려 코로나19 재유행 피해를 보게됐고 정부가 방역 제한을 다시 강화했다.
23일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기준 페루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59만4326명이며, 사망자는 2만7663명이다. 페루는 확진자를 기준으로 미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이어 전세계에서 6번째로 피해가 크다. 페루는 지난 7월 2일 부로 일일 신규확진자가 이전 평균보다 2배 이상 늘어나고 사망도 빠르게 늘었다. 23일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와 신규 사망자는 각각 9090명, 210명으로 러시아(4852명·73명)나 남아공(2728명·72명)보다 많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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