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13일 미국이 중재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외교관계 정상화 합의에 대해 "엄청난 돌파구"라고 자찬하며 한바탕 외교치적을 늘어놓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쟁을 막았다"며 단골메뉴인 북한 문제도 거론했습니다.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고서도 이렇다 할 대형 외교성과를 내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대선 국면에서 내세울 실적을 올리면서 모처럼 한껏 고무된 채 대대적인 세일즈에 나선 모습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스라엘과 UAE의 합의 내용이 담긴 성명을 트위터에 올린 뒤 집무실에서 예정에 없던 언론 간담회를 소집했습니다.
고위 참모들에 둘러싸인 채 집무실 내 '결단의 책상'(대통령 전용 책상)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은 흐뭇한 듯 모처럼 만면에 환한 웃음을 띠고 있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진실로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얼음이 깨졌기 때문에 더 많은 아랍과 무슬림 국가가 UAE를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말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놀랍다고도 했습니다.
또 이번 합의가 '에이브러햄 합의'로 명명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이름을 딴 '도널드 J 트럼프 합의'로 불리길 원하지만, 언론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농담조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당선됐을 때 그들은 며칠 내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나는 우리가 전쟁을 피하게 했다"며 북한 이야기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대표적인 외교치적으로 꼽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북한을 보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사람은 북한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모든 사람이 전쟁을 치를 것이라고 했다"며 "우리는 전쟁 중이 아니다. 내가 당선되지 않고 다른 누군가였다면 전쟁을 치렀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이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한 것이 훌륭한 일이었다고 주장하며 "내가 선거에서 이기면 이란과 30일 이내 합의를 할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이란 등 적성국들이 자신보다 '쉬운 상대'인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를 원할 것이라며 '바이든 때리기'도 이어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트윗에서도 "오늘 엄청난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별도 언론 브리핑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가장 위대한 협상 해결사", "역사가 위대한 피스메이커로 기억할 것"이라고 극찬한 뒤 노벨평화상의 선두주자로 고려돼야 한다고 추켜세웠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및 대응 실패 논란 등에 따른 지지율 하락으로 대선 국면에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날 합의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수세국면 전환의 모멘텀으로 삼으려는 모양새입니다.
이 여세를 이어가려는 듯 합의문 서명식은 백악관에서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합의에 공식 서명하기 위해 그들(이스라엘-UAE)을 아주 곧 백악관으로 초청하기를 기대한다"며 그 시기를 3주 이내로 예상했습니다.
언론도 이번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라며 모처럼 후한 점수를 줬습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외교에서 보기 드문 승리를 끌어냈다"고 평가했고, AP통신은 "대선에서 뒤쫓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요한 동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대선 경쟁자인 바이든 전 부통령조차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서안 합병을 중단하기로 한 결정을 칭찬하며 합의 발표가 기쁘다고 호평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는 미국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오브라이언 보좌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등이 깊이 관여했습니다.
협상은 1년 반 동안 진행됐고, 지난 6주간 속도를 냈다고 한다. 일주일 전 원칙적 합의가 이뤄졌고, 이날 세부사항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쿠슈너 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 지역의 다른 아랍, 무슬림 국가들과 많은 대화를 했다"며 비슷한 합의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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