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정부를 상대로 예고한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 시점이 채 하루도 남지 않았다.
매일경제신문이 중국 외교당국에 확인한 결과 총영사관 폐쇄 데드라인은 휴스턴 시각으로 금요일 정오다. 한국시간으로는 토요일 새벽 시간에 해당한다.
미 국무부가 표면적으로 밝히고 있는 폐쇄 이유는 이곳이 미국 내 간첩활동의 거점이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베이징 내 미국 대사관의 간첩 활동을 문제 삼고 있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 미·중 간 영사관 폐쇄 충돌의 진짜 이유는 간첩 활동이 아닌, 미국 외교관·가족들의 중국 입국 시 편의 제공 문제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주지하듯 각국에 주재하는 외교관들은 국가 간 상호 합의된 '공인 스파이'에 해당한다.
상대국의 정세를 파악하고 자국의 이익 보호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인 로비 활동을 감행한다.
그럼에도 느닷없이 미 국무부가 휴스턴총영사관을 지목해 간첩활동의 중심지라고 힐난하며 단교 직전의 극단 조처인 외교자산 폐쇄·동결을 선택한 것은 모양새가 영 어색하다.
반면 미·중 갈등의 진짜 이유로 거론되는 '미 외교관·가족 대상 中 검역절차' 문제는 이미 이달 초부터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이 양국 간 갈등 이슈로 조명해 왔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발 코로나19 감염 사태로 일제히 본국으로 들어간 미국 외교관과 가족들이 이달 초부터 순차적으로 전세기를 통해 중국으로 입국해야 하는데 중국 외교부가 까다로운 자가격리와 진단검사를 요구해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7월부터 중국으로 들어가야 하는 미국 외교관과 가족들은 무려 1200여명에 달한다.
문제는 경제활동 재개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섣부른 방역정책으로 6월말부터 미국에 심각한 코로나19 감염사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간 이동 차단과 엄격한 2주 강제격리 조처 등으로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감염사태를 조기 차단하는 데 성공한 중국으로써는 1200여명의 미국 관료와 가족들이 중국으로 넘어올 경우 상당한 방역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이 미국에서 넘어오는 외교관과 가족들에게 적용하는 진단 검사와 격리 기간 수준에 대해 양국은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다만 매일경제신문과 최근 통화한 중국 외교가 고위 인사는 "중국 내 입국자에 대해 적용하는 강제격리 조처가 미국 외교관과 가족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강제격리보다 훨씬 완화한 형태의 자가격리가 이뤄지고 있고 중국 입국 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한다"라고 전했다.
문제는 미 국무부가 이미 미국 내에서 진단검사를 실시해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고 그 확인증을 챙겨 중국으로 들어가는 자국 외교관료들에게 중국이 다시 진단 검사를 요구하는 것은 상호 존중돼야 할 외교 특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진단 검사를 할 경우 자국 관료들의 유전자 정보가 중국의 손아귀에 들어가 미국 내 정부시설 침투 등 중국의 간첩 활동에 쓰일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미 국무부는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근거로 느닷없이 중국의 간첩활동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23일 로이터통신은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결정으로 양국 관계가 심각한 갈등에 휩싸인 가운데 미국 정부가 중국 주재 미무역대표부(USTR) 관료들을 태운 전세기를 출발시켰다"고 보도해 눈길을 끈다.
미국의 초강경 대처로 중국이 이에 상응하는 보복 절차를 검토 중인 마당에 자국 관료들을 중국으로 보내기 위한 전세기를 가동시켰다는 게 의아하다는 취지다.
해당 전세기는 지난 수요일 저녁 워싱턴DC를 출발해 상하이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또 "미국과 중국은 중국으로 들어가는 미국 외교관들의 규모와 코로나19 진단시험과 검역절차, 그리고 항공기 운항 빈도 등을 두고 지난 수 주 간 협상을 벌여왔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지난 수 주 간 협상 결과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결정까지 내린 마당에 지난 수요일 저녁 USTR 관료들을 태운 전세기를 상하이로 보낸 점은 이번 사태에서 중요한 시그널을 가지고 있다.
미·중 양국이 영사관 폐쇄 D데이(휴스턴 시각 금요일 정오) 직전에 미 외교관료와 가족들의 검역절차 문제를 둘러싼 극적 타결을 이룰 가능성이 바로 그것이다.
미 국무부가 총영사관 폐쇄까지 '72시간'이라는 여유 시간을 부여한 것 역시 중국 외교부를 상대로 "사흘의 시간을 줄테니 진단 테스트와 자가격리 등 검역절차에서 미국 외교관료들에게 아무런 불편을 야기하지 않도록 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낸 것과 같다.
공은 중국 외교부로 넘어갔다.
지난 23일 오후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조처가 우한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 중국 당국이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냐"는 질문에 대해 "미국은 1월 23일 일방적으로 우한 총영사관을 임시 폐쇄했고, 6월 일부 외교관이 돌아왔을 때 중국은 줄곧 법에 따라 편의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한국, 일본, 유럽 등 해외 다른 나라에서 입국하는 외교관들에 적용하는 검역절차에 비춰 미국 외교관과 가족들을 상대로 비차별적인 절차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는 취지다.
차별적이지 않다는 중국 외교부의 주장은 그러나 진단 테스트 '제로(0)' 등 보다 큰 양보를 요구하는 미 국무부의 눈높이와 여전히 먼 것으로, 지난 수 주 간 중국이 미국과 검역절차 협상에서 유지해온 태도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국 외교가 인사는 "외교관과 그 가족들도 (바이러스 감염에서 일반 사람에 비해 우월한 체질을 가진 게 아닌) 일반 사람에 해당한다. 다른 나라 외교관들에 비해 비차별적 원칙을 적용하지도 않을 뿐더러, 해당 검역 절차는 그럼에도 일반 사람에게 적용하는 절차보다 훨씬 완화된 형태"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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