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화웨이 압박' 더 심해진다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 제조사 화웨이(華爲)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미국의 압박 강화 움직임까지 진퇴양난입니다.

중국 대표 기술기업 화웨이를 작심하고 고사시키려는 듯한 미국의 움직임은 중국 정부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들어 미국 정부는 화웨이를 상대로 한 행정·사법 압박 수위를 부쩍 높이고 있습니다.

화웨이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부품 공급과 관련한 제재 강화 움직임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제3국 기업 제품에 적용하는 미국 기술 비율 기준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방안을 다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전에는 미국 국방부가 화웨이 제재를 더 강화하면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핵심 수익원을 잃어 타격을 입는다는 이유로 이런 계획에 반대했지만 최근에는 국방부도 찬성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제3국 기업이 미국의 제재 대상인 화웨이에 부품을 팔려면 미국 기술이 25% 이하로 계산될 때에만 가능합니다. 이 기준이 다시 15%로 낮아지면 많은 기업이 추가로 화웨이에 물건을 팔 수 없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제재 방안이 특히 화웨이의 핵심 파트너인 대만 TSMC를 겨냥했다고 받아드립니다.

화웨이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각종 반도체를 직접 설계합니다. 하지만 하이실리콘은 설계만 하고 생산은 대부분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 맡깁니다.

미국 반도체 업체들과의 정상적 거래가 어려운 가운데 화웨이와 TSMC와의 '동맹'이 끊어지거나 크게 약화한다면 화웨이는 안정적인 반도체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화웨이가 중국 파운드리 업체인 SMIC로 거래선을 돌리는 방안도 검토할 수는 있지만 SMIC의 미세 공정 기술력은 TSMC와 격차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이 밖에도 미국 반도체 업체들은 '25% 이하 기준'을 지키는 가운데 미국이 아닌 제3국 공장에서 만들어진 일부 반도체 제품을 부분적으로 화웨이에 공급해왔는데 기준이 하향되면 이런 거래도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미국의 이 같은 화웨이 압박 강화 움직임과 맞물려 시장 정보 업체 캐널리스는 1분기 중국 시장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작년 동기보다 50%나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위축은 '애국 소비'에 힘입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화웨이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예상입니다.

화웨이는 그간 미국의 제재에도 끄떡없다면서 큰소리를 쳐 왔지만 최근엔 미국의 제재 효과도 점차 드러나고 있습니다.

시장 정보 분석 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작년 4분기 화웨이의 출하량은 5천600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7% 감소하면서 삼성, 애플에 이어 3위로 내려앉았습니다. 화웨이의 분기별 스마트폰 출하량이 감소한 것은 2년 만입니다.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의 주된 원인은 정식 안드로이드 버전을 탑재하지 못한 스마트폰이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캐널리스는 분석했습니다. 결국 미국의 제재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