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매우 실망스러운 기업'이라는 혹평을 받았던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이 23년만에 최악의 실적을 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다만 발표가 개장 전에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보잉 주가(주당 322.02달러)가 1.71%올라섰다. 보잉 주가가 급격히 떨어진 점 등을 감안한 반등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보잉에 따르면 2019년 손실은 6억3600만달러(약 7498억원)에 이른다. 지난 해 총 매출은 765억5900만 달러로 직전 해(1011억2700만 달러)보다 24.44% 줄었다. 이는 2018년 104억6000만 달러 순수익을 달성한 것과 대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운 보잉이 분기가 아닌 한 해를 통틀어 손실을 낸 것은 1997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보잉 악재는 2018~2019년 두 차례 일어난 '737맥스8 기종 추락 전원 사망사건' 때부터 예고됐다. 보잉은 737맥스 여파에 따른 비용이 총 18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지난해 146억달러의 비용이 발생했고, 올해 40억달러가 추가될 것이라는 추산인데 총액 규모는 보잉 기존 추정치의 두 배다. 보잉은 737맥스 생산 중단 뿐 아니라 주력기종인 '787 드림라이너'생산을 줄일 것이라는 계획도 이날 밝혔다.
중국 측 주문이 시원찮은 것도 눈여겨 볼만한 점이다. 최근 이뤄진 미·중 (1단계)무역합의에는 항공기 거래가 포함돼 있지만 보잉 측에 따르면 회사는 2017년 가울 이후 중국 측으로부터 어떤 신규 주문도 들어온 바 없다고 29일 WSJ가 전했다. 보잉의 데이비드 캘훈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회사는 매우 도전적인 순간을 맞이한 상태"라면서 "우리의 신규787기종은 앞으로 미·중 2단계합의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보잉에 대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당장 전망도 밝지는 않다. 29일 버티컬리서치파트너스의 로버트 스텔러드 연구원은 이날 보잉 목표 주가를 기존 388달러에서 294달러로 대폭 낮췄다.
앞서 지난해 3월 10일 에티오피아 항공 소속 보잉737맥스8 항공기가 추락해 탑승자 157명 전원이 숨진 당시 중국 당국은 가장 먼저 자국 항공사에 대해 해당 기종 운항을 전면 중지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어 독일, 한국, 일본, 멕시코, 미국 등 주요국 대부분이 해당 기종 운항 중지를 선언했다. 보잉 본사가 있는 미국의 경우 연방항공청(FAA)이 올해 하반기 이후에나 해당 기종 운항을 허가할 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잉은 지난해 항공기 제조 전세계 1위 자리를 유럽 에어버스에 내줬다. 에티오피아 사고가 난 달 주가는 상승세(2019년3월 1일, 440.62달러)였지만 이날 이후 지난 22일까지 27.88%떨어진 바 있다. 보잉 737맥스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 600곳 등 협력업체도 덩달아 휘청이면서 일자리 삭감에 나서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제조업 일자리 창출 성과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앞서 12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보잉 사태로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3.0%에서 2.5%로 낮아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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